바다가 내게로 왔다.
일이 끝나고 추운저녁길을 걸어 서둘러 장을 봐야 할때가 있다. 저녁을 준비하는 만만찮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일도 그렇거니와, 또 그것들을 치워야하는 일련의 과정을 날마다 되풀이 하는게 보통 노동이 아니다. 그래도 이젠 습관적으로 오늘저녁 식탁을 머릿속에 미리 차..
66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549|2003-11-06
마침 알맞은 일.
자명종 시계가 고장이 났다. 잠들기 전 내 생체리듬의 한자리를 마련해 그곳에 시계를 하나 그려 넣었다. 항상 보아온 우리집 동그란 시계. 그안에 곰돌이 하나가 똑같은 포즈로 웃고 있는 시계가 그려진다. 시침을 7과 8사이 중간에 놓고, 분침을 정확히 6에 가져..
65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940|2003-11-05
문득, 옛향기에 젖다.
차고 맑은 밤기운을 쏟아내는 하늘을 올려다 보니 달이 하얗게 떠있다. 달빛은 대게가 오늘처럼 은빛이거나, 금빛이거나 그렇다. 달빛은 원래 같은 색일터, 그리 다르게 보이는건, 공기와 수분과 그리고 기온등이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여름밤 하늘에 둥싯, 풍성한 ..
64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32|2003-11-04
이불을 말리다.
가을햇살이 알맞게 내리는 가을아침이다. 산은 이미 벌건빛으로 흥건하다.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에 들어 세탁기에 이불을 집어 넣다가 습관처럼 밖을 내다 보았다. 빙둘러선 산...,산과 산이 이어진 산능선마다 갈빛이 출렁인다. 그속에서 유난히 두드러진 청녹의 잣나무..
63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533|2003-11-03
우리동네 산으로 놀러 오세요..
우리엄마는 '빨강머리앤'이라는 아이디를 쓴다. 빨강머리앤은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름인데 왜 엄마가 그 이름을 훔쳐 갔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8살때, 엄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빨강머리앤시리즈 3권으로 된 양장본을 사주셨다. 친구들은 내가 그림은 별로 없고 책은..
62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70|2003-11-02
눈으로 따라간 여행.
아일 재워놓고 늦은밤 아컴에 앉는다. 오래된 습관처럼, 여러님들이 써놓은 아름다운글들, 가슴아픈 사연들, 자연의 감상을 보탠 감성적인 글들... 그것들을 읽는 시간은 생활과 문학이 가장 조화롭게 무르익는 행복한 시간들이다. 그 행복한 시간속에 들어가 있으면 ..
61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79|2003-11-01
내가 선물하는 방식.
지난 봄 내 생일엔 멀리 있는 친구로 부터 묵직한 소포를 받았다. 선물을 보냈다는 친구의 연락이 있었던 터라 소포가 도착할 날엔 선물을 기다리느라 마음이 한껏 들떠 있었다.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띵동, 저녁을 지으려는 늦은시각에 '소포 왔습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
60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530|2003-10-31
화분 두개.
점점 계절이 바뀌어 가면서 햇살의 방향이달라져 가는걸본다. 서남향인 집을 향해 아침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가늠해 보는 해그림자가 조금씩 구부러진채로 방안에 드리워진다. 집안일을 대강 해치우고 아컴에 들어오는 이 시각이면 아침햇살이 가장 찬란하게 비춰들어오는 때이다..
59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2,068|2003-10-30
느티나무 잎 다 졌네.
적막강산 김용택 느티나무 잎 다 졌네. 꽃보다 고운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느티나무 밑을 돌아오는 내 여인이 그렇고 햇빛 좋아 바람 없는날 강가에서 늦가을 물을 보는 농부의 일없는 등이 그렇다 꽃보다 고운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58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835|2003-10-29
비보를 접하며.
아침부터 아일 혼내서 학교에 보내고 마음이 언짢았다. 어제저녁 준비물 챙겼냐는 물음에 그랬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던 아이가 바쁜 아침에 찰흙판을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설치고 다녔다. 마음을 차분하게 갖지 못하고 버럭 화를 냈다. 생각해 보면 아이니까 그럴수도 ..
57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45|2003-10-28
유명산, 억새밭에 깃든 순수..
몇해전이었을까? 가을이면 으례 단풍과 함께 억새밭 사진을 실어 신문들은 그것들을 보러 갈 때라고 부추기곤 했던 가을풍경 속에서 '유명산의 억새밭'정경을 보게 되었다. 지는 햇살을 역광으로 하얗에 여울지던 억새밭의 풍경을 보고는 숨이 막히는줄 알았었다. 그 사진속에서 보..
56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937|2003-10-27
가을, 섬진강을 그리다.
섬진강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건 섬진강가 자그마한 마을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쓰시는 김용택시인입니다. 그리고 이세상 가장 먼저 봄빛이 피어오를것 같은 섬진강가의 그 푸른물빛과 그 푸른물을 바라보며 커가는 낮고 높은 봉우리의 숲, 그리고 숲과 강가의 향기를 ..
55편|작가: 빨강머리앤
조회수: 1,488|200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