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아버님
바람 부는 날엔 도토리 줍는 사람들이 신이 난다. 투두둑 떨어지는데 여러 개가 함께 떨어지기도 한다. 실하게 통통한 알을 보면 횡재한 기분이다. 도토리 줍는 분들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해 보인다. 맛있는 묵이라도 해 드실 요량으로 불편한 몸 이끌고 나오신 모양이다.몇..
180편|작가: 선물
조회수: 40,574|2016-10-17
골방
골방이란 말이 있다. 다른 방에 딸린 밀실 같은 방을 의미한다.우리 집은 안방과 건넌방이 연결되어 있는데 둘 다 제법 큼직해서 골방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그러나 언제부턴가 내겐 두 방이 골방 같다.꼭 가야 할 일이 아니라면 몸도 마음도 그 곳에 발걸음을 않기 때..
179편|작가: 선물
조회수: 19,057|2016-10-12
그냥 예뻐해요
아이들이 중학교 다닐 때 이야기다.이웃 엄마와 함께 학부모 모임에 갔다.밥 한 끼 같이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보니 금세 친해진 모양새다.십여 명 남짓 엄마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했고 저마다 이야기를 들었다. 목소리가 좀 더 크고 좀 더 많은 말을 했던 엄마의 아이는..
178편|작가: 선물
조회수: 19,615|2016-10-05
혼잣말
-한 대, 두 대, 석 대, 넉 대, 오호라, 한 대 나갔으니 석 댈세. 어허어허 또 들어오네. 넉 대, 다섯 대, 여섯 대, 일곱 대, 자꾸자꾸 들어온다. 자알 들어온다. 에이쿠, 또 나가네. 한 대, 두 대가 나갔구나, 그럼 일곱 대서 두 대 나가고 다섯 대렸다!..
177편|작가: 선물
조회수: 2,609|2016-10-05
또 다른 나
수건이 자꾸 말썽이다. 젖은 수건은 꼭 햇빛에 말려서 보송보송하게 사용해야하지만 또 여러 장의 수건이 한꺼번에 욕실에 나와 있는 것은 내켜하지 않는 남편이다. 그래서 젖은 수건은 지체하지 않고 햇빛에 말리고 마른 수건은 재빨리 욕실에 가..
176편|작가: 선물
조회수: 4,393|2015-09-09
고맙다, 사랑한다
고맙다, 사랑한다. 요즘 귀에 달고 사는 말이다. 입에 달고 사시는 분은 어머님이시다. 어머님 사랑의 대상은 여럿이지만 그 중 가장 빈도수가 많은 것은 남편과 며느리인 나이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랑의 표현을 거부했다. 그런 말씀 안하셔도 돼요. 민망한 듯 거..
175편|작가: 선물
조회수: 3,533|2014-05-23
아버지, 안녕
6월10일 금요일 오전, 오빠로부터 걸려온 전화. 상황이 상황인지라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가 많이 안 좋아지셨어. 일단 주말이 고비라고 하니 그렇게 알고 기다려. 주말이라니 기껏해야 2,3일.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아버지와의 이별이 정말 눈앞에 ..
174편|작가: 선물
조회수: 5,840|2011-06-20
엄마의 눈물
엄마가 운다. 이번엔 아버지 때문이 아니다. 여태껏 흘린 눈물은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눈물은 당신 자신을 향한 것이다. 아버지의 병을 알고 난 뒤부터 지금까지 엄마의 간호는 그야말로 극진했다. 당신도 허리 병이 있어 몸 추스르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도 ..
173편|작가: 선물
조회수: 5,084|2011-05-31
아버지의 뽀뽀
마른 삭정이처럼 쪼그라든 내 아버지의 작은 몸피. 초점을 잃은 채 흐릿하게 허공만 훑는 옅은 눈동자. 사랑하는 내 아버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내려놓으신 당신 앞에서 나는 감히 입을 뗄 수가 없다. 그 어떤 말도 생의 마지막을 눈앞에 둔 아버지의 먹먹한 무..
172편|작가: 선물
조회수: 4,271|2011-05-30
이것은 축복이다.
<며칠전까지...> 알람이 울린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국 냄비를 데우기 위해 가스에 불을 붙인다. 어머님 혈압 약을 챙긴다. 빨대 꽂힌 컵에 물을 담아 어머님 방으로 들어간다. 누워 계신 어머님께 혈압 약을 드리고 혹시 큰 거 마려우세요 여..
171편|작가: 선물
조회수: 4,071|2010-10-26
슈스케
1.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눈길이 잡힌 화면. 뭔가 수선스런 분위기 속에 낯선 얼굴들이 노래를 부른다. 손톱이 엄청나게 긴 무속인도 있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을 속사포처럼 뱉어내는 앳띤 소년도 있다. 이름난 가수들이 그들의 노래를 듣고 합격,..
170편|작가: 선물
조회수: 3,938|2010-10-25
책-
헬렌 한프, 채링크로스 84번지. 내 핸드폰 메모장 8번 내용이다. 언제 입력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러나 메모장에 고이 입력된 것으로 보아 어딘가에서 내 관심을 끌만한 글로 소개된 책인 것이 분명하다. (후에 기억났는데 한비야 님의 ‘그것은 사랑이었네`에 이 ..
169편|작가: 선물
조회수: 3,866|2010-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