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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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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


BY 선물 2016-10-12



골방이란 말이 있다.

다른 방에 딸린 밀실 같은 방을 의미한다.


우리 집은 안방과 건넌방이 연결되어 있는데 둘 다 제법 큼직해서 골방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내겐 두 방이 골방 같다.

꼭 가야 할 일이 아니라면 몸도 마음도 그 곳에 발걸음을 않기 때문이다.


두 방에는 어머님과 아버님이 계신다.

그나마 아버님은 스스로 방을 나오실 수 있으시지만 어머님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으시다.

누군가 찾아와야만 볼 수 있는 방에서 삭정이처럼 쪼그라든 몸피로 침대를 지키는 어머님.

진지를 차려가거나 무엇을 여쭤야 할 때, 때론 대소변 처리 때문에 나는 그 방을 찾는다.

물론 어머님 부르심에 달려가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면 작정하고 마음먹어야 가게 되는 방이니 그 방은 내 마음 속 골방인 것이다.


다른 가족들과 친지들은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고 맛난 것도 사드리고 말벗도 해 드린다.

그래도 어머님은 늘 외로움을 안고 사신다.


어머님이 가장 사랑하는 이는 내 아들이자 어머님의 하나 뿐인 친손주이다.

직장 때문에 주말이 되어야 집에 오는 아들은 할머니 사랑을 폭포수처럼 넘치도록 받고 자랐다.

아들은 할머니를 뵐 때마다 안아드리고 입 맞추며 애정을 표현한다.

그런 모습이 나는 고맙고 보기 좋다.


식탁에서 식사를 마친 아들에게 할머니 약을 갖다 드리라는 부탁을 했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의 부탁에 등 뒤에서 아들은 엄마가 직접 갖다 드리라는 답을 한다.

의아한 얼굴로 뒤돌아보자 자기는 자주 찾아 뵐 테니 엄마가 한번이라도 할머니를 더 들여다보란다.

어디에 맞은 듯 멍했지만 뭔가 따스한 행복이 밀려온다.

이 녀석, 멋진 놈이네.


그간 아들의 눈에도 어머님 방을 향한 내 걸음이 인색해 보였나보다.

가슴 한 켠 늘 나를 짓누르는 부족함을 알고 있지만 그 복잡한 마음은 나의 몫이다.

아들의 지적이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을 사랑해 준 할머니께 아기처럼 안기고 외로움까지 챙겨드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던지 대견한 맘에 와락 안아주었다.


아들이 집에 있는 날이면 어머님 방에 따스한 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