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두 대, 석 대, 넉 대, 오호라, 한 대 나갔으니 석 댈세. 어허어허 또 들어오네. 넉 대, 다섯 대, 여섯 대, 일곱 대, 자꾸자꾸 들어온다. 자알 들어온다. 에이쿠, 또 나가네. 한 대, 두 대가 나갔구나, 그럼 일곱 대서 두 대 나가고 다섯 대렸다!
침대 위에 앉으신 자세로 베란다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며 하시는 아버님 말씀이다.
이런저런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리듬을 타는 말씀이 무슨 타령 같다.
아흔 넘으신 아버님은 늘 거기서 세상을 만난다.
그나마 막힌 곳 없이 탁 트인 전망이라 다행이다.
대략 500세대가 사는 아파트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
확실히 차량 출입이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고령이신 아버님은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엄청 떨어지셨는데도 계산은 용케도 틀림이 없으시다.
낯설지 않은 풍경.
아버님 모습 위로 내가 겹쳐 보인다.
몇 해 전이던가.
늦은 시간까지 연락되지 않는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나도 베란다로 나가 앉아 차를 세고 있었다.
그런 경우가 드물었던 터라 처음에는 걱정하였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자 그냥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한 대, 두 대, 석 대, 넉 대 하며 아파트입구로 들어서는 차를 세고 있었다.
열 대가 들어오기 전에 남편의 차가 보이겠지, 또 열 대가 들어서기 전에 보이겠지, 그렇게 열 대씩 열 대씩 기다리다 그마저 지루해져서 포기하고 일어선 얼마 뒤 남편은 벨을 눌렀었다.
나도 열 대가 빨리 차는 것이 싫어서 나가는 차는 빼기를 했었지.
원래부터 가족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던 아버님은 하루 종일 혼자말씀을 하신다.
반은 말씀 같고 반은 노래 같은.
내가 어둡고 쓸쓸했던 그 밤, 차를 세며 보내던 시간을 아버님은 온종일 보내고 계신다.
그 고독과 외로움을 알면서도 말씀 한 번 건네기가 쉽지 않다.
작정을 하고 결심을 해야 시도라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귀조차 어두워 어차피 오고가는 대화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이제 이 풍경이 너무도 오래되어 한 장의 그림으로 박제되리라.
아버님 침대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그나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