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들켰다.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세월만 축내던 여자다. 남편은 니가 뭐하러 시집 왔냐고 맨날 궁시렁 같은 잔소리 해댄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그래도 밥 준다고 고마워 하라고 으름장같은 생색도 그럴 듯 하다. 새끼라고 온전하게 낳아준 것도 아니면서 재지 말란다...
1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109|2006-02-08
문을 열 때.
주둥이가 큰 병을 알고 있다. 그 큰 병에 검은콩도 넣고 참깨도 담아 넣어두었다. 한참을 보냈을까 검은콩을 볶아먹을려고 병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좀 체 꿈적도 않는다. 꼭 고집 센 황소마냥 열어지지 않는 병뚜껑과 난 씨름을 했다. 힘빠진 나는 큰 병을..
1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61|2006-02-08
나의 딸.
엄마는 순진해서 저런 아저씨들보고 욕도 못할거야? 딸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분명히 신호를 주고 진입을 했건만 화물기사 아저씨는 크락션을 붕붕 띄운다. 분명히 어딜 끼어드냐고 으름장 같은 소리다. 나는 분명히 신호를 주었는데도. ..
13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076|2006-02-07
해가 질 무렵에...
해가 질 무렵은 집집마다 별을 따온 것처럼 사연이 틀린 불빛의 창이 뜬다. 된장찌게를 끓이는 소리에 금방 툭 벌어진 바지락이 입을 열었다. 살 같은 바다애기를 풀어 헤쳐놓고 주워담는 숟가락에 걸린 저녁 애기들. 그 애기들이 스멀스멀 창문틈에서 기..
12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111|2006-02-06
딸이 장애인이야?
복도끝에 신경정신과가 있다. 그 옆에 소아 정신과가 또 있다. 난 눈감고도 그 옆에 간호사가 앉아 있는지 서있는지. 아니면 내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리처럼 난 몇년을 통원했다. 딸은 겉..
1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61|2006-02-03
연애하기
언덕과 골짜기 사이에 드문 드문 뿌리내린 순박한 나무들. 그 나무들 잔가지 사이에 순진한 둥지가 둥둥 떠 있어 어제와 내일은 오늘 그렇게 연애한다. 참 촌스럽다. 참 부끄럽다.
1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36|2006-02-01
고택산책.
일부러 여기 저기 찾아 다니지 않아도 우리동네엔 고택들이 많다. 한 삼백년 묵은 집부터 수세기를 버틴 흙담을 끼고 도는 집 근처에 산개울이 흩어져 새벽이 되면땅향기가 촉촉하다. 처음엔 이 쪽에 이사올 적 만해도 내겐 적막 강산이었다. 도무지 재미도..
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968|2006-02-01
짧은 소설.
어제는 어려서 그러타치고 오늘은 나이가 체면이 되어 못해준다고.. 그려 ! 나랑 살아주는 게 그렇게 대수냐? 안산다. 내가 니랑 사는니 나 혼자 물에 코박고 숨쉬기 할거다.! 한 동안 조용하다가도 툭하면 시끌벅적하다. 그 놈의 명절만 돌아오면 나의 사춘언..
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604|2006-01-31
난..
난 맨날 똥싸고 잠만 잔다. 난 맨날 밥을또 먹고 먹은 만큼 또 똥싼다. 그리고 또 잔다. 그런데도 누가 그런다. 사람이라고.
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98|2006-01-30
그 여자는
그 여자는 당뇨에 걸렸다고 남자에게 버림을 당했다. 아이가 굶는다. 먹을거리가 없어서. 얼굴이 갈색이다. 웃는다. 그렇게 웃어도 웃는 색깔도 갈색이다. 목이 가늘다. 나보고 더 잘살아야 한단다. 나 그 여자의 바램으로 오늘은 공짜다..
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50|2006-01-30
밥 묵었냐?
아직 결혼안한 친구보고 난 늘 그렇게 말했다. 말도 무뚝둑하고 생긴것도 곰처럼 못생겨서 누가 너보고 결혼하자고 하면 두말 없이 못 이긴척하고 따라가라던 친구다. 나보다 키도 크고 눈도 이쁘게 생겨 내 친구중에서 제일 먼저 갈줄 알았던 시집을 이 친군 아직도 안갔..
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041|2006-01-29
간이역에서.
간이역에서 살고 있는 계절이 있다. 혼자서 한 이분 삼분 서있다가 흘리고 가는 그리움을 먹고 사는 계절이 있다. 제 오계절 이다. 하루는 한 여름처럼 뜨거운 열병을 앓기도 하고 반 나절은 겨울바람보다 더 차가운 바람만끼고돈다. 하루에 몇 번 오지않은 간이역..
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94|200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