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끝에 신경정신과가 있다.
그 옆에 소아 정신과가 또 있다.
난 눈감고도 그 옆에 간호사가 앉아 있는지 서있는지.
아니면 내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리처럼 난 몇년을 통원했다.
딸은 겉으론 분명히 열두살로 무럭 무럭 자라 주었건만
나이와 상관없이 지능지수는 여섯살 무렵부터 정지되어 버렸다.
웃으면 세상이 온통 환하게 번지게 잘 웃는 아이.
밥 먹으면 엄마도 꼭 먹어야 같이 먹겠다고 다짐을 먼저 하는 아이.
강아지와 똑같이 짖어대는 흉내를 내어야만 대화를 한다는 아이.
이 아이가 결국은 정신지체장애를 최종 판단 받았다.
그 넓디 넓은 지하 주차장에 주차 된 내 차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울음을 울었던 여자가
그 아이 엄마이고 나다.
오랜 약 복용으로 불임일 가능성이 있고, 일년마다 지능지수 및 간질로 인한 부작용이 도 있을 수 있다는 의사의 진료의견이었다.
딸아이는 시간을 몰랐다.
시계를 앞에 두고도 지금 몇 시냐고 물었다.
달력을 앞에 두고도 오늘이 화요일이야 목요일이야 했다.
부모 마음이야 답답하면 그만이지만 정작 딸내미는 갑갑 했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알려주면 그 당시엔 입력이 되는 것 같아도 한 시간 지나면 도로 원상 복귀였다. 처음부터 매 번 다시였다.
밤마다 난 악몽을 꾼다고 했다.
딸아이한테 옮기지 않는 꿈을 달라고 했다.
자신이 없었다. 무엇을 제시 할 것 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 자신이 그 아이가 된 것 같았다.한 번은 아이에게 화를 내었다. 그러면 아이가 정신이 벌떡 일어날 것 같았다.
동사무소에서 아동수당을 준다고 한다. 장애인이라서.
얼마나 주는데요?
한달에 오만원 지급합니다.
신청하란다. 신청서를 준단다.
난 휴유! 하고 심호흡을 했다. 조용히 도로 주었다.
그러자 사회복지사가 또 다시 묻는다.
딸이 장애인 이라면서요?
예! 확실합니다. 병원에서만요.
그 다음은 마음에서만 말을 하였다.
내 속으로 자꾸 속으로 잠기는 말이었다.
내 딸은 지능이 되는 숫자만 모르지요..
언젠가는 늦더라도 꼭 숫자를 알고 시계를 알고 날짜를
알거예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