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려서 그러타치고
오늘은 나이가 체면이 되어 못해준다고..
그려 ! 나랑 살아주는 게 그렇게 대수냐?
안산다. 내가 니랑 사는니 나 혼자 물에 코박고 숨쉬기 할거다.!
한 동안 조용하다가도 툭하면 시끌벅적하다.
그 놈의 명절만 돌아오면 나의 사춘언니는 목소리만 굵어지나 보다.
형부와 나이터울이 열 세살이나 되는데 이게 세대차이보다 생각차이가 더 깊다.
사대독자라며 부엌에 일절금지 시키는 시어머니의 생각에 숨죽이며 살았던 언니가
우리집에 오면 또 이게 아니라고 갑자기 돌변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형부는 우리집에 가지말라고 또 싸운단다.
하긴 시어머님도 돌아가셔서 단촐하게 살고 있는 부부인데. 제사나 명절만 되면 그 난리법석이니 나도 끼어들어 한마디한다고 해도 변함없는 형부의 생각굵기는 여전하였다.
사춘언니는 분에 못이겼는지. 아니면 골백번 꾀를 낸다는 것이 그만 심각할 정도의 병을 얻었다. 자궁에 혹이라고 말하는데 병원에선 간단하다고 말하면 뭐하나 집에 돌아오면서 또 형부탓을 한다. 내가 누구땜시 이렇게 된 거냐고 그 굵은 목소리가 쉬었다. 가라앉았다 했다.
형부는 내 눈치는 저리가라고 마누라 목소리들으니 당장 죽어나 갈 병은 아닌듯 하니 안심하는 눈치인데. 느닷없이 사춘언니는 자리보전하고 드러 누워버렸다.
제사고 나발이고 명절이고 뭐고 내가 죽게 생겼으니께 떡을 해먹던 죽을 해먹던 당신 맘대로 지내라고.
나 보고는 그냥 집으로 가란다. 신경쓰지 말고.
가라는 데 가야지. 두 말 않고 집으로 왔긴 왔는데 이게 뒤가 켕긴다.
에잇 형부 밥이나 않혀놓고나 올 걸..
이럴 줄 알았으면 냉장고문이나 한 번 열어보고 올 걸.
두부라도 한 모 사가지고 들어 가 볼까.. 모른척하고.
그러다가 말았다. 어차피 사춘언니는 한 번 겨루기 한다고 별렀을 것이고, 형부는 피하지 못 할 한판인데. 내가 중간에 낀다고 될 리도 없고.
그렇게 병원에 오라는 날짜가 될 때까지 기다릴려는데,
성질급한 언니는 닥달해대었나 보다.
배 아프다고 신 새벽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나.
밥이 질다고 난리. 되다고 먹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다고 트집을 잡고 그러니
아픈 마누라 패대기 할 수도 없고, 미치고 환장하겠다고 우리집에 와서 푸념이다.
어째 어디서 많이 들었던 소리다.
옛날도 아닌 몇 년전에 형부가 갑상선 수술받고 간병하는 언니에게 했던 일들을 사람만 바뀌어 또 들으니 낯설치가 않은 것이다.
무순 여자의 성질이 그렇게 생겨먹었노?
혹시 언니 어렸을때도 그렇게 짖굿었나?
형부는 취재하러 온 기자처럼 나에게 묻는다.
인제 내가 나이 먹어서 무시하는 거 아닌가?
더 듣고 있다가는 별라별 추측을 할 것 같아 난 얼른 말을 잘랐다.
형부! 언니 죽을 좋아하니께 밥도 좀 지름하게 하고 뭐라고 말 많이 해도 그냥 들어줘요?
몇 년전엔 언니가 형부 그렇게 간호해 줬으니께 이젠 언니가 받을 차례가 된거다 하고 생각해요?
할 줄 알아야지. 이거 원 배운게 앉아서 먹기만 할 줄 알아가지고.
혼자 하시는 말이지만 기운이 없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언니 없으면 형부는 더 큰일인디..
나도 말끝흐리며 눈치본다.
남편을 부른다. 남편도 매형을 본다.
형부가 묻는다.
" 니 무슨죽 잘 끓이노?
" 계란넣고 파넣고 죽이 젤입니다."
남편은 고참처럼 듬직하게 설명한다.
어이구! 우리 언니 참 좋겠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