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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들켰다.


BY 천정자 2006-02-08

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세월만 축내던 여자다.

남편은 니가 뭐하러 시집 왔냐고

맨날 궁시렁 같은 잔소리 해댄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그래도 밥 준다고

고마워 하라고 으름장같은 생색도 그럴 듯 하다.

 

새끼라고 온전하게  낳아준 것도 아니면서 재지 말란다.

누가 알까  창피하다는데 

알아도 그 자식은 모른다.

창피한 것도  부족한 것도  넘침도 모자른 것도 말이다.

다행이다. 남보다 부족하다는 것이나  없다는 것을 알고 산  나는  별다를 거 없는 눈치밥만

축내고 있을 뿐인데, 내 자식은 남과 하등의 관계없이 살고 있으니 천만 다행인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될 수있슴 오래토록 남 신경 안쓰고 산 시간이 길게 있어줬으면 좋겠다.

 

오래 된 우리집은 천정에 새앙쥐가 산다.

처음엔 밤마다 이방 저방 턱이 없는 천정이라 백미터 경주하나

우르르 몰려 다닌다. 시끄러워 대나무로 만든 긴 효자손으로 천정을 툭 툭 치면 잠시 조용하다.

슬쩍 슬쩍 방향을 잡나 아니면 까치발을 세워 조준을 하고 있나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천정 밑은 허당이니 그 소리는 엄청 잘 들린다.

그런데 울 남편이 그런다.

꼭 나같다고  눈치는 잘 본다고  집주인을 잘 아는 쥐같다고 ...

으이구! 화상같은 얼굴을 보여 주고 싶어도 불 끈 방에 달빛이 전부 인 안방이다.

남편은 듣고 있냐고 이불을 확 제낀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천정에서만 살던 새앙쥐가  방바닥  모퉁이에 오도가도 못하고 끼여 있다.

남편은 얼른 두루마기 휴지를 던지고 그제야 쥐새끼가 이젠 겁도 없나보다하고 소리지른다.

작고  까맣게 익은 검은콩같은 눈을 가졌다.

한 일년을 한지붕 밑에서 살았는데 서로 얼굴을 처음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눈빛이 이상했다.

주인을 처음 본 눈빛이 아니다.

꼭 아랫층에 누가 사는지 마실 나온 눈 빛.

 

나는 얼른 창호문을 열어 마루끝에 목을 길게 뺏다.

별들이 검게 총총히 박혀 있는 새벽 한 두시쯤에

나는 들킨것이다. 우리집 새앙쥐는 내 얼굴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