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궁리 저 궁리하다가 세월만 축내던 여자다.
남편은 니가 뭐하러 시집 왔냐고
맨날 궁시렁 같은 잔소리 해댄다.
돈도 못 버는 주제에 그래도 밥 준다고
고마워 하라고 으름장같은 생색도 그럴 듯 하다.
새끼라고 온전하게 낳아준 것도 아니면서 재지 말란다.
누가 알까 창피하다는데
알아도 그 자식은 모른다.
창피한 것도 부족한 것도 넘침도 모자른 것도 말이다.
다행이다. 남보다 부족하다는 것이나 없다는 것을 알고 산 나는 별다를 거 없는 눈치밥만
축내고 있을 뿐인데, 내 자식은 남과 하등의 관계없이 살고 있으니 천만 다행인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될 수있슴 오래토록 남 신경 안쓰고 산 시간이 길게 있어줬으면 좋겠다.
오래 된 우리집은 천정에 새앙쥐가 산다.
처음엔 밤마다 이방 저방 턱이 없는 천정이라 백미터 경주하나
우르르 몰려 다닌다. 시끄러워 대나무로 만든 긴 효자손으로 천정을 툭 툭 치면 잠시 조용하다.
슬쩍 슬쩍 방향을 잡나 아니면 까치발을 세워 조준을 하고 있나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천정 밑은 허당이니 그 소리는 엄청 잘 들린다.
그런데 울 남편이 그런다.
꼭 나같다고 눈치는 잘 본다고 집주인을 잘 아는 쥐같다고 ...
으이구! 화상같은 얼굴을 보여 주고 싶어도 불 끈 방에 달빛이 전부 인 안방이다.
남편은 듣고 있냐고 이불을 확 제낀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천정에서만 살던 새앙쥐가 방바닥 모퉁이에 오도가도 못하고 끼여 있다.
남편은 얼른 두루마기 휴지를 던지고 그제야 쥐새끼가 이젠 겁도 없나보다하고 소리지른다.
작고 까맣게 익은 검은콩같은 눈을 가졌다.
한 일년을 한지붕 밑에서 살았는데 서로 얼굴을 처음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눈빛이 이상했다.
주인을 처음 본 눈빛이 아니다.
꼭 아랫층에 누가 사는지 마실 나온 눈 빛.
나는 얼른 창호문을 열어 마루끝에 목을 길게 뺏다.
별들이 검게 총총히 박혀 있는 새벽 한 두시쯤에
나는 들킨것이다. 우리집 새앙쥐는 내 얼굴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