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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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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에서.


BY 천정자 2006-01-29

간이역에서 살고 있는 계절이 있다.

혼자서 한 이분 삼분 서있다가  흘리고  가는  그리움을 먹고 사는 계절이 있다.

제 오계절 이다.

 

하루는 한 여름처럼 뜨거운 열병을  앓기도 하고

반 나절은  겨울바람보다 더 차가운 바람만  끼고 돈다.

하루에 몇 번 오지않은 간이역  근처엔

오랫동안  기적소리만  듣고 크는  나무가  튼튼하다.

낮은 지붕에 작고 초라한 간이역 옆에 긴 그늘이 되어

지나가 버린 손님 발걸음 흔적을 켜켜히 덮어주고 있다.

 

승차표 끊어주는 역무원이 없다.

언제 올 줄 모르는 막막한  답답함이 오히려  편하다.

언제 떠나야 한다는 시발시간표도 옛날이야기처럼 아득하다.

배웅나온 눈빛들도   돌아서는 눈빛들도 두 줄의 곡선의 끝트머리에 모두 매달려 실려 갔을 것이다. 늘 이동을 해야 하는 숙명에 시달렸을까.

그럼에도 돌아오지 못할까 조바심에 늘 간이역은 속만  애탄다.

느리게 이동하는 바람이  사는 집.

 

간이역에 사는 제 오계절은 늘 혼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