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 살고 있는 계절이 있다.
혼자서 한 이분 삼분 서있다가 흘리고 가는 그리움을 먹고 사는 계절이 있다.
제 오계절 이다.
하루는 한 여름처럼 뜨거운 열병을 앓기도 하고
반 나절은 겨울바람보다 더 차가운 바람만 끼고 돈다.
하루에 몇 번 오지않은 간이역 근처엔
오랫동안 기적소리만 듣고 크는 나무가 튼튼하다.
낮은 지붕에 작고 초라한 간이역 옆에 긴 그늘이 되어
지나가 버린 손님 발걸음 흔적을 켜켜히 덮어주고 있다.
승차표 끊어주는 역무원이 없다.
언제 올 줄 모르는 막막한 답답함이 오히려 편하다.
언제 떠나야 한다는 시발시간표도 옛날이야기처럼 아득하다.
배웅나온 눈빛들도 돌아서는 눈빛들도 두 줄의 곡선의 끝트머리에 모두 매달려 실려 갔을 것이다. 늘 이동을 해야 하는 숙명에 시달렸을까.
그럼에도 돌아오지 못할까 조바심에 늘 간이역은 속만 애탄다.
느리게 이동하는 바람이 사는 집.
간이역에 사는 제 오계절은 늘 혼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