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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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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산책.


BY 천정자 2006-02-01

일부러  여기 저기 찾아 다니지 않아도

우리동네엔 고택들이 많다.

 

한 삼백년 묵은 집부터 수세기를  버틴 흙담을  끼고 도는 집 근처에

산개울이 흩어져  새벽이 되면  땅향기가  촉촉하다.

 

 

처음엔 이 쪽에  이사올 적 만해도 내겐 적막 강산이었다.

도무지 재미도 없고 모두 시시한  애기들만 널부러져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도 심심해서 그 땐 할 수 없이

마른 흙벽에 낙서를 하고 돌아 다녔다.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네는 연애한다는

일종의 고발처럼.

 

 

첫서리를 기다려 그제서야 찡그리 듯 미간이 풀어지는  산국화가

혼자  바람에 읽혀지는 동네.

 

 

어느새 그 낙서장이가  나이먹어

동네에서 가장 오래 묵은 그림자 그늘 끝에 앉아서

가을 햇볕에

등 데우고 있는데

겨울은 그렇게 만만하게 덤벼오지 않을 터였다.

온 산이 썩은가지를 스스로 분질러

대륵 데륵 굴러오는 장작개비로

굴뚝의 흰 안개로 돌아 갈 때는

분명히 겨울이었을 것이다.

 

 

난  언제인 줄을  모를 그  계절을 산책하고

또 걸었다.

 

 

한동안  띄엄 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