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혼안한 친구보고 난 늘 그렇게 말했다.
말도 무뚝둑하고 생긴것도 곰처럼 못생겨서 누가 너보고 결혼하자고 하면
두말 없이 못 이긴척하고 따라가라던 친구다.
나보다 키도 크고 눈도 이쁘게 생겨 내 친구중에서 제일 먼저 갈 줄 알았던 시집을 이 친군
아직도 안갔다. 그렇다고 독립도 안하고 칠순노모를 혼자 모시고 잘 먹고 잘살고 있다고
묻지도 않은 대답을 전화에 소리를 치듯 씩씩하게 말한다.
유달리 나에게 못생겨서 고맙다고 했던 친구인데 이 친구 처음엔 디게 미워했다.
이뻐서 고맙다고 말을 못하는 나에게 지보다 못생겨서 고맙다고 하는 말듣고 골도 수없이 냈다. 삐져서 말도 안한 적도 한 일년 될 거다.
그런데 이상했다. 난 저보다 못생겨도 시집도 갔고 자식도 있고... 뭐가 낫고 저보다 더 넓고 요리저리 재다가 결국은 그 친구가 왜 그런말을 했는지 의도가 궁금했다.
다짜고짜 니 왜그렇게 말했냐 물을 수도 없고 빙빙 돌리지 못하는 말 투에 딱 걸린 단어 하나가 " 니 밥 먹었냐?" 이다. 이게 제일 만만한 인사고 안부였다.
처음엔 이 친구는 내 인사에 어리둥절한가 너는 굶고 있냐? 라고 대답하더니 지금은 아직 못 먹었다! 왜 사줄려고 ? 히히 난 웃는다.
그래도 못 물어보았다. 못생겨서 고맙다고 한 말을 왜 했는지...
그러다 묻는 것도 잊어버리고 까먹고 있었다.
매년 해갈이 할 때마다 쓰는 말로 되기도 했지만 문둑 이친구 안부가 궁금해졌다.
어이구 일년동안 전화통화도 몇 번일까.
또 삐진거로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삐릿 삐릿. 문자수신음이 한 번 길게 들렸다.
단 한줄의 인사겸 안부용 말
" 밥 묵었냐?"
난 통화키를 눌렀다.
야! 니 기억나냐? 나보고 못생겨서 고맙다고 했는디 너 그때 왜그랬냐?
다짜고짜 인사치레다.
킬킬 웃는다.
웃지말고 애기 혀 봐?
니 때문에 밥 먹는 거 안까먹고 열심히 먹었다 아인가?
뭐?
날 보면 보리밥처럼 구수한 냄새가 난단다.거기다 열무김치 쓱쓱 비벼가지고 너랑 먹으면
딱 어울릴 분위기란다.
툭하면 밥 먹었냐?하고 전화질은 해싸서 자기도 전염되었다는데.
하긴 한 이십년 들었으면 옮길만도 하지.
보리밥처럼 구수한 냄새나는 얼굴이라...
그렇게 늙어가는 친구의 얼굴도 보고 싶었다.
얼른 나는
야! 니는 밥 먹었냐?.... 서로 안부를 또 묻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