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향한 더딘 걸음마.
하늘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다. 태양이 혼자 세상을 감싸고 있다. 태양의 품에서 모든 게 다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다. 그녀도 뽐내고 싶다. 사람의 마음이 참 묘하다. 변덕스러운데 그게 싫지가 않다. 바로 전까지 마음을 다 차지하고 있던 생각이 빠져나갔음에도 썰렁하지..
13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310
애니매이션 인간의 운명을 느..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깨어난 시간도 얼추 비슷하다. 깨어난 방법도 모두 같다. 다들 나무에 부딪히면서 깨어났다. 자료의 안내를 받은 것도 다르지 않다. 물론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서로의 성격은 다르다. 알고 있는 것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뿐이..
12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989
새로운 친구
들은 뫼를 부른다. 대답이 없다. 순간 사라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가온다. 몸서리가 쳐진다. 꽝꽝 세게 문을 두드린다. 뫼가 감긴 눈으로 문을 열고 내다본다. “뭐야? 여태 자고 있고.” 안도감이 찾아들기 무섭게 들이 투덜댄다. “들? 왜 이렇게 일찍 일..
11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2,017
만 년의 삶6
화면에 누군가가 달려오는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뫼다. 그녀는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뫼! 왜 그래?” 뫼는 헉헉거리기만 할 뿐 말을 못한다. 숨이 많이 찬 모양이다. “들, 나 사나운 짐승을 만났어. 잡혀 먹힐까봐 겁이 나서 아무것도 할..
10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523
만 년의 삶5
뫼가 숲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들의 시선이 뫼를 따라간다. 뫼가 숲으로 난 길을 따라 뛰어가더니 이내 사라진다. 숲이 그를 집어삼킨다. 들은 안으로 들어온다. 안은 너무도 조용하다. 뫼를 따라 나설 걸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찾아온다. 침대에 가서 드러누워 본다..
9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575
만 년의 삶4
매일 오가며 잘라내고 밟히고 해서 풀밭을 끼고 이미 길이 나 있다. 게다가 매번 오갈 때마다 가장자리의 풀들을 쳐내서 길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그새 집과 숲 사이에 길이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시원스럽게 뚫린 길로 시선을 옮긴다. 가슴이 활짝 열린다. 들의 가..
8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308
만 년의 삶3
“뫼, 난 두려워. 사나운 짐승과 마주칠까봐 겁이 난다고?” 들이 무거움을 매단 채 주눅 들어 말한다. “괜찮을 거야. 이미 열매를 따러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잖아.” 뫼가 그런 들을 달랜다. 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줄 수가 없다. 그랬다간 희망은 영영 피어나지 않..
7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485
만 년의 삶2
수렁인줄 알았는데 수렁이 아니다. 수렁 속에서 솟아오른다. 갑자기 앞에 흐릿한 형상이 다가와서 멈추어 선다. ‘누구지?’ 뫼는 앞에 멈춰선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여자는 그를 알고 있는 듯하다. 따뜻한 시선을 끊임없이 그에게로 ..
6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503
만 년의 삶1
“배가 고파서 더는 움직일 수 없을 거 같아. 깨어난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 들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뫼를 보며 말한다. 뫼는 그런 들을 일으켜보려 한다. 하지만 들은 배고픔으로 주저앉을 뿐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뫼는 들을 내버려 둔다. 자신의 힘으론 어찌..
5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408
둘이 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는 파란 단추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더디 간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하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왜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거지?” “듣기 단추를 누르지 않아서입니다. 주황색 듣기단추를 누르십시오. 맨 위에 있는 단..
4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2,058
두려움, 그리고 설렘
“이게 무슨 소리지?” “누군가 당신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모양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불렀다고? 난 그냥 단추를 눌렀을 뿐인데?” 뫼는 아직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누른 그 단추는 다른 곳에 있는 누군가를 부를 때 쓰는 장치입니다...
3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283
서기 만 년에 깨어나다
캡슐들이 땅 위를 둥둥 떠다닌다. 아니, 어쩜 캡슐처럼 생긴 집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높은 하늘에서만 맴돌던 캡슐들이 언제부터인가 땅 가까이까지 내려와 있다. 땅위엔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새들은 나뭇가지에 깃들어 노래..
2편|작가: 한이안
조회수: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