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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행여나 하는 마음으로옆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팔을 두드리면서 속삭이듯 불렀다. 할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 순간 차가 잠시 우회전을 하면서 불안하게 기우뚱거렸다. 나는 할머니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물었다. “기도원..
12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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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을 몇 번 크게 들이마셨다. 답답함은 좀 가셨지만 시선은 청개구리에서 뗄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는데 청개구리는 어느새 내 옆에까지 와 있었다. 기도원이 얼마나 남았을까? 차는 달리고 있었지만 기도원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
11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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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나는 여자처럼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창밖으로 향하던 내 시선 속으로 유리창에 붙어있는 청개구리가 들어왔다. 처음엔 청개구린가 싶었다. 사각의 모서리에 물갈퀴를 가진 발이 전류가 흐르는..
10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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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은밀한 장소에 가서 두 귀가 아닌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받은 것이. 그래서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기도원에 가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는지도 몰랐다. K나 아버지에게 똑같은 생각을 갖게 한 그 실체를 확인하..
9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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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차가 기우뚱했다. 몸이 잠시 차체와 함께 요동을 쳤다. 동시에 무언가 차창을 스치는 소리도 났다. 길섶에 서있던 키 작은 아카시아 나무였다. 잠시 차가 도로를 벗어나 움푹 패인 길섶으로 한쪽 바퀴가 빠지면서 일어난 작은 동요였다. ..
8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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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약속을 한 이후 난 후회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기도원은 나를 절대적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낯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이루어내는 그 분위기에 내가 끼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그럴 필요도 느끼지 ..
7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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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차안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을 때였다. 단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마치 지상에 낮게 깔려있는 구름 가운데서 한 웅큼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솟구쳐 오르는 것과도 같은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종교적인 ..
6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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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버스는 시내를 빠져나와 들길을 달렸다. 막힘없는 시선이 멀리까지 뻗어갔다. 시선이 뻗어간 끝에는 높지 않은 산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다 자란, 그래서 이삭만 목 위로 뽑아내면 될 것 같은 벼의 왕성한 푸른 잎들이 바..
5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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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몇 번 출렁출렁 하더니 출발하기 시작했다. 언덕 위에 서 있는 교회를 빠져 나오자 차는 좁은 골목으로 기우뚱기우뚱하며 들어섰다. 골목길에 바짝 붙어서 길게 이어져있는 구멍- 가게들은 낮고 칙칙한 분위기 때문에 더 초라하게 여겨졌다. 골목길을 빠져 나와..
4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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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른 시간이기는 했지만 나는 30여분 전에 집을 나섰다. 교회는 걸어가도 좋을 만큼의 거리에 있었다. 여름이라 더워서 좀 멀게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늘상 걸어서 가는 길이라 새삼스레 버스를 탄다든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밖으로 나서기 무..
3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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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집 여자였다. 주인집 여자는 외출준비를 다 갖춘 모습으로 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내 약속이 염려스러운 모양이었다. 부흥회 음식준비를 위해 9시까지는 교회에 가야 한다며 같이 택시 타고 가는 게 어떠냐고..
2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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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십자가에 매달다
“어머 청개구리야.” “그래~” 내 놀란 말소리와는 달리 K는 별 관심이 없다는 투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나는 청개구리 를 조심스럽게 내 손바닥 위에 올린 다음 팔을 뻗어 창밖의 나무에 살짝 올려놓았다. 청개 구리는 처음엔 어리둥절한 듯하더니 이..
1편|작가: 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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