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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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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2011-09-19

나는 숨을 몇 번 크게 들이마셨다. 답답함은 좀 가셨지만 시선은 청개구리에서 뗄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는데 청개구리는 어느새 내 옆에까지 와 있었다.

 

 

 

기도원이 얼마나 남았을까? 차는 달리고 있었지만 기도원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어볼 사람이 혹시 있을까 하여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훑어보았다. 모두들 찬송가를 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찬송가를 부르는 얼굴들이

 

너무나 숙연해서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들도 내 시선 따위를 읽을 여유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아무도 내 애타는 시선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는 걸로 보아 그랬다. 그들은 관심을 다른 것에 나눌 여유가 없었다. 그저

 

찬송가를 부름으로써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거두어오는 내 시선

 

속에 할머니의 망부석같은 모습이 다시 들어왔다. 잠시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는 시선을 창쪽으로 돌렸다.

 

 

 

청개구리가 다시 내 시선 속에 들어왔다. 창밖으로 향하는 시선이 유리창에서 뻗어가지

 

못하고 머물렀다. 나는 아무런 시도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청개구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십자가에 달리신 고난의 주 봅니다……’  잠시 머뭇거림이 있더니 어느 새 새로운 찬송가가

 

시작되었다. 차안은 거역할 수 없는 찬송가의 활기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사람들이

 

십자가에 달린 고난의 주라는 내용을 가진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는 창문에

 

달려있는 청개구리를 피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만큼이나 고통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 둘의 고통을 일치시키-

 

기에는 너무도 명분이 달랐다. 예수야 죄로 얼룩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희생양의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창문에 매달려 있는 청개구리에게는 아무런 명분도

 

없었다. 예수처럼 인간의 죄를 대신해야 할 운명의 희생양은 아니었다. 게다가 예수의 죽음

 

이후 더 이상 희생양이 필요한 세상도 아니었고, 또한 청개구리에게는 부활이라는 것도

 

약속되어 있지 않았다. 청개구리는 그렇게 죽어야할 그 어떤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