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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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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2011-09-18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은밀한 장소에 가서 두 귀가 아닌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받은 것이. 그래서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기도원에 가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는지도 몰랐다. K나 아버지에게 똑같은 생각을 갖게 한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모처럼 찬송가는 내 귀에도 익숙한 곡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요일 예배시간이 다가오면

 

교회 종탑 끝에 달려있던 확성기를 통해서 들려오곤 했던 노래였다. 나도 가끔은 따라서

 

흥얼거려보기도 해서 가사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찬송가 가사처럼 사람들이 노래의 힘에 실려 높은 곳을 향하여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숙연하고 종교적이었다.

 

 

 

헌데 그때였다.

 

 

 

엄마 청개구리 좀 봐!”

 

 

 

갑자기 크고 격앙된 목소리가 바로 뒷자리에서 들려왔다. 너무나 돌출적이어서 종교적으로

 

고조되어 있던 분위기가 조금은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기대감이 반영된 생각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 순간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조용히 안 해!”

 

 

 

아이의 엄마인 듯했다. 여자의 말은 짧고 날카롭게 아이에게로 날아갔다. 그 말에 아이의

 

목소리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 다음 말을 이으려하다가 힘없이 사그러들었다. 아이가

 

조용해지자 여자의 목소리는 금새 찬송가 구절로 돌아가서 노래 부르기에 합류했다.

 

이상 어떤 누구의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입을 모아 찬송가를 불렀고,

 

분위기는 더없이 종교적이 되었다.

 

 

 

주여 이 죄인을 ……

 

 

 

나는 그제서야 기도원에 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이들도 끼어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버스에 오르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보았음에도 그때까지 내 의식 속에서 아이들의

 

존재는 잘려나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