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약속을 한 이후 난 후회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기도원은 나를 절대적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낯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이루어내는 그
분위기에 내가 끼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차안의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다시
내 안으로 조용히 잠겨들 수 있게 되었다. 여유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를 여유를 찾은
것이었다.
곡이 끝나고 새로이 찬송가가 이어졌다. 곡이 끝나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멈칫멈칫 하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선창을 하자 찬송가 소리는 이내 다시 살아났다. 마치
400m 계주에서 두 주자가 바톤을 주고받기 위해 머뭇머뭇하는 순간과도 흡사했다.
레퍼토리를 정해서 연습을 했을 리도 없는데 모두들 잘도 따라 불렀다. 소리도 구석
구석에서 빈틈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치소서……인치소서……인치소서’ ‘인치소서’라는 부분이, 곡이 2절 3절로 이어지는
동안 몇 번인가 반복되고 있었다. 딱히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이 반복될 때마다 나도 따라 되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힘에 끌려서였지만 몇 번 반복하여 되뇌고 있는 사이 나는 내가 그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의미를 찾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보니 그 노래가 끝나고
다른 노래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나는 계속해서 그 말을 붙들고 있었다. 내 속에서 그
의미는 명확하지 않았다.
‘인치다 인치다’ 나는 속으로 몇 번 중얼거려 보았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 말은 이조
시대 너무나 많고도 끔직해서 그 이름들을 다 외울 수도 없는 형벌의 일종인 것처럼
전달되어 왔다. 그러나 찬송가 속에서 그 말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 말에 대한 내 느낌이 찬송가의 의미와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런데도 내 의식 속에서는 조금도 그런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