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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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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2011-09-19

나는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옆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팔을 두드리면서 속삭이듯 불렀다.

 

할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 순간 차가 잠시 우회전을 하면서 불안하게 기우뚱거렸다. 나는 할머니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물었다.

 

 

 

기도원이 얼마나 남았어요?”

 

 

 

할머니는 대답대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는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꼭 그

 

시선이 라고 묻는 것 같아서 나는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확인을 시킨 다음

 

설명을 할 참이었다.

 

 

 

창문으로 시선을 주던 할머니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시선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고개를 창쪽으로 돌렸다.

 

 

 

어 청개구리가 없어졌어!”

 

 

 

시선이 창에 닿기도 전에 뒤에서 아이의 외침이 먼저 들려왔다. 차안을 송곳처럼 꿰뚫는

 

큰 소리였다. 아이도 나처럼 청개구리에게서 놓여나지 못하고 계속 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설핏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찬송가를 부르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아이도 찬송가 소리에 주눅이 든 듯 제풀에 말을 잃었다.

 

 

 

나는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간혹 들려오던 찬송가의 토막들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차가 기도원에 도착했다. 찬송가 소리가 그치고 웅성웅성하는

 

잡담들이 잠시 들렸다. 천상에 억류되어 있다가 지상으로 풀려나온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꾸역꾸역 기도원으로 올라갔다. 기도원은 바로 계단으로 이어진 언덕 위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마지막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발길을 돌렸다. 기도원

 

앞에 당당히 세워져 있는 십자가를 보자 부끄러웠다. 그래서 차마 그 안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었다. 주인여자와의 약속이 걸리긴 했지만 그게 내 발길을 붙잡지는 못했다.

 

 

 

나는 차가 우회전을 했던 큰 도로까지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걸었다. 길 양옆으로 도로와

 

함께 나란히 이어져 있는 논에서는 벼들이 자라고 있었고, 가끔 개구리들이 그 논들에서

 

폴짝폴짝 뛰어 나왔다. 그리고 차바퀴에 짓눌린 개구리들이 길바닥에 딱지처럼 붙어있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햇볕은 더할 나위 없이 따갑고 찬란했다. 내 안의 부끄러움을 태울듯이. 당신의 창조물의

 

죽음을 위로할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