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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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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2011-09-16

찬송가 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차안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있을 때였다.

 

단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마치 지상에 낮게 깔려있는 구름 가운데서 한 웅큼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솟구쳐 오르는 것과도 같은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종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찬송가만큼 효과적인 도구도 없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나는

 

창밖에 두었던 시선을 거두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모두 굵은 톤의 저음이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소리는 닮아 있었고,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도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그

 

자신감이 그랬다. 미성은 아니었지만 가성을 쓰지도 않았다.

 

 

 

나의 시선은 사람들 틈새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들어가 보았다. 소리가 들려

 

오는 거리로 보아 내가 앉아있는 통로 건너편인 것이 분명했다. 통로에 서있는 사람들만

 

좀 적어도 두 사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에 가려 내 시선은 거기까지 다가가지 못했다. 나는 시선을 거두면서 60초입쯤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잡담소리가 점점 약해지더니 하나 둘 목소리들이 두 사람의 목소리에 보태져 다양한

 

음색이 만들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안은 잡담 대신 찬송가 부르는 소리로 채워

 

졌다. 그래도 여전히 선창을 했던 두 사람의 목소리는 여러 소리들 가운데에서 도드라져

 

다가왔다.

 

 

 

인애하신 구세주여……죄인 오라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죄인 오라하실 때에 날

 

부르소서.’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이 소절만이 맴돌았다. 아마도

 

예배시간에 가끔 불렀던 기억의 잔상 때문인 것 같았다.

 

 

 

차안은 온통 찬송가 소리로 가득했지만 내 옆에 앉아있는 할머니에게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끼어들지 못하기는 나도 마찮가지였다. 나는 다시 시선을 들판으로

 

옮겼다. 끼어들고 싶다고 해서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창밖은 여전히 푸른 들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내리쬐는 햇살은 뜨거우련만 벼 포기

 

마다 햇살이 맞닿는 곳에선 생기만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부족함이나 넘침과는 거리가 먼

 

충만함이 푸른색을 더욱 푸르게 했다. 더위에 지쳐 사소한 움직임조차 줄이고 싶어 하는

 

내게 그것은 불가사의한 현실로 보였다. 내가 기도원에 가고 있다는 사실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