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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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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2011-09-17

갑자기 차가 기우뚱했다. 몸이 잠시 차체와 함께 요동을 쳤다. 동시에 무언가 차창을 스치는

 

소리도 났다. 길섶에 서있던 키 작은 아카시아 나무였다. 잠시 차가 도로를 벗어나 움푹 패인

 

길섶으로 한쪽 바퀴가 빠지면서 일어난 작은 동요였다.

 

 

 

 

찬송가가 잠시 끊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춤하는 기색이 없이 계속되었던 것도

 

같았다. 내가 원래의 평온을 되찾았을 때 들려온 소리에서 아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차체의 흔들림이 노래의 흐름을 끊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차는 다시 제 속도로 돌아와 달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내가 알 수 없는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하기야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찬송가란 단 한 곡도 없었다. 가끔씩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앞 한두 소절뿐이었다. 그런 곡조차도 나는

 

제목을 알지 못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를 내가 함께 부를 입장은 못 되었다.

 

그런 걸 생각하니 한편으로 참 우스웠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면서 미쳤느냐고 했던 K의 말이 생각났다. 뒤이어 아버지 생각도 났다.

 

 

 

 

아버지는 유난히 교회에 부정적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태도는 가끔씩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는데, 대개는 부흥회가 열릴 때였다.

 

 

 

 

우리 집은 남향이었고, 교회는 우리 집에서 볼 때 정남쪽에 있었다. 게다가 교회는 지대가

 

높은 산 위에 있었다. 그 때문에 마루나 마당에서 눈을 들게 되면 가장 먼저 당당하게

 

들어오는 것이 교회였다. 물론 우리 집과 교회 사이에 몇 집이 더 있었다. 그러나 그런

 

집들은 대부분 교회와 방향을 달리하고 있었고, 또한 우리 집과 마찬가지로 평지에 있었기

 

때문에 교회와 우리 집 사이를 가로막을 장애물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은밀하게 행해지는 일이 아니라면 대개는 집에서도 알 수가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주일 예배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는 집에서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교회의 활동에 무감하게 살았다. 설교 내용에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었고, 찬송가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아버지 역시 일상적인 교회

 

활동에 늘상 비난하지는 않았다. 교회에서 새벽 다섯 시에 찬송가를 틀었을 때도 마찬가-

 

지였다. 마을에서 몇몇 불신자들의 항의가 거듭되어 중단되자 아버지는 것보란 듯이

 

고소해하기는 했다. 그러나 중단되기 전까지 아버지는 거기에 대해 한 번도 이렇다저렇다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정도는 아버지도 참아줄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록 교회

 

활동에 호의적이지는 않았으며, 신경을 쓰자면 꼬투리 잡을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아버지가 부흥회에 대해서만큼은 노골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부흥회가 열리는

 

기간이면 교회가 고스란히 우리 집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생각을 나조차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평상시 주일 예배와는 달리 모든 것이 더 요란했고, 통성기도라도 할 때면

 

울부짖는 소리가 곡을 방불케 했다. 그리고 그런 요란함은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졌다.

 

 

 

미친놈들, 주여 주여 하고 외치기만 하면 지은 죄가 없어지나.’

 

 

 

통성기도로 마룻바닥을 치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면 아버지는 목에 걸린 이물질을

 

뱉어내듯 말씀하시곤 했다.

 

 

 

 

아버지가 그 말을 뱉어낼 때면 그 요란한 소리에 붕붕 떠 있는 듯한 내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버지가 노린 것은 곡을  하다시피하고 

 

있는 신자들이었을 텐데, 오히려 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안에

 

머물러  있던 미묘한 감정도 좀 더 분명해졌다. 생소함 바로 그거였다. 나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소리만이 존재하는 세계였다. 내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그것은 외딴 섬처럼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