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집 여자였다. 주인집 여자는 외출준비를 다 갖춘
모습으로 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내 약속이 염려스러운 모양이었다.
부흥회 음식준비를 위해 9시까지는 교회에 가야 한다며 같이 택시 타고 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내 의향을 묻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진하게 묻어 있는
말이었다.
나는 그것만큼은 사양을 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그녀와 약속을 한 것이 마치 그녀의
일방적인 밀어붙임에 끌려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처럼 여겨지겠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꼭 한 번 겪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한 번 겪어보고 싶다는
일말의 호기심이 내 가슴으로 기습해오면서 망설일 것도 없이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었다. 그렇더라도 나는 그녀의 이 제안만큼은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혼자
가면서 느낄 수 있는 그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게다가 그곳에 도착해서 남아도는 시간을
모르는 사람들 틈새에서 어설프게 서성거리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시간에 늦지 않게 뒤따라가겠다고 하자 그녀는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에
맞추어서 꼭 오라고 거듭거듭 다짐을 하고서야 서둘러 나갔다.
“왜?”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K는 애써 참고 있었던 것을 물어볼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출근준비를
서두르면서 물었다.
“응 그냥. 기도원에 같이 가자고.”
“갈 거야?”
“응. 가겠다고 했어.”
나는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기도원에 다녀올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K는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냥 한 번 가보려고.”
“미쳤어?”
K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잠시 준비하던 손을 놓고 내게 시선을 던졌다.
나는 K가 벗어놓은 옷가지를 주워 옷장에 걸면서 내게로 오는 K의 시선을 피했다.
“또 거절을 못해서 가겠다고 한 거야?”
K는 내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는 것 역시 주인여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채 일요일이면 성경책을 들고 교회로 향하는
나를 K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번에도 나는 그냥 받아 넘겼다. K를 이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나
자신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설령 내가 가기로 결정한 이유가 그 때문이라도 그 말만큼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K는 뭔가 불만스러운 것이 있는 태도였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미쳤어.”
K는 내가 이해가 안 되는지 자신도 모르게 같은 말을 되뇌었다.
“미쳐 보이니?” 나는 변명을 하는 대신 반문했다. K는 자기가 한 말을 내 입을 통해서 듣게
되자 머쓱한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서 옷매무새를 고쳤다.
K가 출근하고 나서 나는 나머지 정리를 간단히 마쳤다. 이미 아침부터 준비를 어느 정도
끝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할 만큼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적미적
하다가 허겁지겁 급한 모습을 하고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