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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2011-09-09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집 여자였다. 주인집 여자는 외출준비를 다 갖춘

 

모습으로 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내 약속이 염려스러운 모양이었다.

 

부흥회 음식준비를 위해 9시까지는 교회에 가야 한다며 같이 택시 타고 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내 의향을 묻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진하게 묻어 있는

 

말이었다.

 

 

 

 

나는 그것만큼은 사양을 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그녀와 약속을 한 것이 마치 그녀

 

일방적인 밀어붙임에 끌려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것처럼 여겨지겠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꼭 한 번 겪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한 번 겪어보고 싶다는

 

 

일말의 호기심이 내 가슴으로 기습해오면서 망설일 것도 없이 나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었다. 그렇더라도 나는 그녀의 이 제안만큼은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혼자

 

가면서 느낄 수 있는 그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게다가 그곳에 도착해서 남아도는 시간을

 

모르는 사람들 틈새에서 어설프게 서성거리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시간에 늦지 않게 뒤따라가겠다고 하자 그녀는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에

 

맞추어서 꼭 오라고 거듭거듭 다짐을 하고서야 서둘러 나갔다.

 

 

 

?”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K는 애써 참고 있었던 것을 물어볼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출근준비를

 

서두르면서 물었다.

 

 

 

 

응 그냥. 기도원에 같이 가자고.”

 

갈 거야?”

 

. 가겠다고 했어.”

 

 

 

나는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기도원에 다녀올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K는 의외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냥 한 번 가보려고.”

 

미쳤어?”

 

 

K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잠시 준비하던 손을 놓고 내게 시선을 던졌다.

 

나는 K가 벗어놓은 옷가지를 주워 옷장에 걸면서 내게로 오는 K의 시선을 피했다.

 

 

 

 

또 거절을 못해서 가겠다고 한 거야?”

 

 

 

K는 내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는 것 역시 주인여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채 일요일이면 성경책을 들고 교회로 향하는

 

나를 K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번에도 나는 그냥 받아 넘겼다. K를 이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나

 

자신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설령 내가 가기로 결정한 이유가 그 때문이라도 그 말만큼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K는 뭔가 불만스러운 것이 있는 태도였지만 나는 모르는 척했다.

 

 

 

미쳤어.”

 

 

 

K는 내가 이해가 안 되는지 자신도 모르게 같은 말을 되뇌었다.

 

 

 

미쳐 보이니?” 나는 변명을 하는 대신 반문했다. K는 자기가 한 말을 내 입을 통해서 듣게

 

되자 머쓱한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서 옷매무새를 고쳤다.

 

 

 

K가 출근하고 나서 나는 나머지 정리를 간단히 마쳤다. 이미 아침부터 준비를 어느 정도

 

끝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할 만큼 시간에 쫓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적미적

 

하다가 허겁지겁 급한 모습을 하고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