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점심식사후 옥상정원에서 가지는 티타임은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따뜻한 햇살 속에 잘 손질된 나무와 화초들을 바라보다보면 여기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건물 옥상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향기로운 헤즐럿 향에 돌아보니 어느새 미자가 커피 두 잔..
16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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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어땠니? 응? 무슨 얘기 했어? 맘에 안들었니? 왜 이리 일찍 왔대? 밥도 안먹고 온거야?" 엄마의 질문은 끊일 줄을 몰랐다. 뭐 별로 할 말도 없는데 엄마는 계속 졸졸 따라다니며 채근이다. "아, 몰라...나 다시는 선 안봐!" "그게 무슨 소리야?..
15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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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흐느끼다 잠이 깨고 말았다. 무엇이 그리 가슴 아프고 서러웠던지 뒷울음이 남아 잠이 깨고도 한동안 흐느낌이 멈추질 않았다. 꿈을 꾼듯한데....현실처럼 선명했던 꿈이 깸과 동시에 한순간 펑하고 피어오른 연기처럼 흩어져 아무것도 기억 속에 남아있질 않다. 아직도 눈..
14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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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일주일에 한번 금요일마다 아파트 원형광장은 활기에 넘친다. 부녀회에서 주관하는 장이 서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시장가던 길은 참으로 신나고 즐거웠었다. 이것저것 구경거리도 많았고 시장 한모퉁이 좌판에서 먹던 국수며 튀김도 시장을 찾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
13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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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창가에 매달아놓은 풍경의 청아한 소리가 잔잔하게 울린다. 미자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에 작은 소품가게를 지나다가 발견하고 들어갔었다. 전혀 가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주택가 골목이었는데 모퉁이를 돌아서자 너무도 아담하고 예쁜 가게가 자리잡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 가..
12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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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두 번째 시킨 커피도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자는 내 기억을 일깨우기라도 할 듯이 지난 얘기들을 끝없이 풀어낸다. "언니, 나두 그동안 언니한테.. 아니 아무한테도 한 적 없는 얘기 하나 해줄까?" 미자는 쑥스러운듯 빈 커피잔을 이리저리 돌리며 딴청을..
11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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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그래도 다음엔 애들 얼굴 한번 보여줘. 우리집으로 오던지 아님 내가 가던지... 근데 신랑은 누구니? 설마 윤주임? 너 윤주임 좋아했었잖아?" 미자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다시 그녀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는다. "하하하 언니, 아직도 그걸 기억해? 근데 윤주..
10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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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을 손으로 밀어본다. 너무 일찍 나왔나보다. 그래도 보고싶은 사람을 기다리는 기대감에 잔뜩 흥분되어 시간이 될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하고 찾아본 싸이의 홈피에서 결국 미자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
9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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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그렇게 찾아도 없던 일기장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너무나 어이없이 나타나버렸다. 집에만 있는 나를 위해 남편이 컴퓨터라도 하라며 내가 즐겨찾던 사이트를 가르쳐주었을 때 새로운 세상을 만난듯 했다. 업무를 위해 컴퓨터를 다룰 줄은 알았지만 그다지 웹서핑을 즐기지도 않았..
8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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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 남편이 출근한뒤, 서재로 꾸며놓은 작은 방의 서랍장부터 베란다 선반에 얹혀진 상자들까지 구석구석 뒤져보았지만 작은 노트의 흔적조차 없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매일매일 일기를 하루도 빼먹지않고 꼬박꼬박 쓰던 아이였다. 개학..
7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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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아이는?" 지난 10년간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는 걸 알았을때 제일 먼저 물었던 건 내 아이의 존재여부였다. 결혼 생활 7년이면 아이가 있을 법한데, 내 아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가 된다는 건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
6편|작가: 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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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이미 복도로 흘러나온 맛있는 음식냄새와 문너머 왁자한 소음이 내 가슴을 더 두근거리게 만든다. 1104..... 단정하게 현관문 앞에 붙어있는 숫자들을 외우기라도 할 듯 곱씹고 있는 나의 손을 남편이 다시 한번 힘주어 잡아준다. 그가 벨을 누..
5편|작가: 유빈
조회수: 3,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