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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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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Y 유빈 2010-07-12

창가에 매달아놓은 풍경의 청아한 소리가 잔잔하게 울린다.

미자를 만나고 돌아오던 길에 작은 소품가게를 지나다가 발견하고 들어갔었다.

전혀 가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주택가 골목이었는데 모퉁이를 돌아서자 너무도 아담하고 예쁜 가게가 자리잡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 가지런히 놓인 작은 화분들이며 하얀 차양과 가게 팻말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막 가게에 들어서는 데 창문 쪽으로 나란히 붙여놓은 각각의 풍경들이 저마다 청아하고 고운 소리를 내며 울려 퍼지는 바람에 잠시 속세를 벗어나 천상에라도 온 듯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풍경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각각 다른 모양이었다.

그 중 작은 물고기와 구슬이 달린 풍경을 골라 사가지고 오다가 문득... 돌아보면 그 가게가 사라지고 없을 것만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미자를 만난 것도 그 가게에 들른 것도 모두 꿈만 같았다.

바람이 불때마다 살짝살짝 흔들리며 울려 퍼지는 단아하고 청아한 소리는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 하여 너무 좋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껴드는 오후,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끔씩 들려오고...

그동안 정성들여 키운 화초들은 싱그러운 초록색을 뽐내고 있다.

참 평화로운 오후다.

심플한 가구며 화이트류의 침구류, 멋스런 전등장식까지 내가 그동안 가꾼 집안 곳곳의 모든 것이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게 마음에 든다.

10년이란 시간을...내 청춘의 한 세월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내가 가꾸고 이룬 내 생활은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동안의 나를 기억하는 가족, 친구, 이웃들은 한결같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큰소리 낼 줄 모르는 그 소심함이 나는 싫었었다.

누군들 컴플렉스 하나쯤 없을까...

나도 얘기하자면 미자보다 많으면 많았지 덜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나의 소심함은 오히려 주변사람들로부터 정숙하다거나 조신하다는 평을 받게 했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정숙한 아내로, 착한 며느리로, 좋은 이웃으로 잘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