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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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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BY 유빈 2010-06-30

유리잔에 맺힌 물방울을 손으로 밀어본다.

너무 일찍 나왔나보다.

그래도 보고싶은 사람을 기다리는 기대감에 잔뜩 흥분되어 시간이 될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하고 찾아본 싸이의 홈피에서 결국 미자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린 아이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 몇몇 홈피의 주인들에게 쪽지를 보냈었다.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쪽지를 보내고 나흘 째 되던 날, 한 통의 답신이 들어 와 있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문쪽으로 시선이 간다.

약속시간에서 10분이 넘어가고 있을  때 여전히 빨간 볼을 가진 미자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단발머리는 살짝 웨이브가 들어갔고 통통하던 몸매는 살이 조금 더 불은 듯 하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미자 역시 내가 미처 알은체를 하기도 전에 나를 알아보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언니~ 이게 얼마만이야..언니를 다시 만나게 되다니...여전하네,  아가씨야 아줌마야?..어떻게 하나도 안변했어~ 나만 이게 뭐야"

미자의 큰목소리에 건너편에 있던 사람들까지 잠시 건너다본다.

"어휴, 너두 여전하다.목소리하곤..내가 너 얼마나 보고싶었는 줄 알아?"

"아이구, 나야 말로 언니 무진장 보고싶었네요...연락 먼저 끊은 게 누군데 그래. 전화번호 바꾸면서 가르쳐주지도 않구..얼마나 궁금했는데..."

"설마 내가 너한테 바뀐 전화번호도 안가르쳐줬겠니? 니가 잊어먹었겠지...너 보고싶어 1시간이나 일찍 나왔구만.."

잠시 숨을 돌리던 미자가 시계를 한번 보더니 미안한 듯 살짝 목소리를 낮춘다.

"애 둘 떼어 놓는 게 어디 쉬운 줄 알아? 큰 놈은 오늘 하루 어린이 집 종일반 부탁하고 작은 놈은 맡길 데가 없어 난리를 쳤구만."

"그랬니? 그럼 데리고오지 그랬어..나, 너네 아이들 너무 보고 싶은데..."

나는 정말 미자의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미자를 닮아 볼이 통통하던 두 아이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언니는 큰 일 날 소리...우리 작은 애가 얼마나 별난데...이런 데 못데리고 와.

여기 데리고 왔다가는 우리, 말 한마디도 못하고 헤어질거야...하하하"

시원하게 웃는 웃음 역시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