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주영의 편지1)
주영은 지현의 편지에 대해 부치지 못한 글을 썼다. 지현이 회사 차원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난 후에도, 그리고 주영의 아이 지우가 태어난 후에도, 아주 오랜 시간 그 편지는 지현이 보낸 많은 편지 틈에 껴 있었다. 지현이 미국에서 눌러 앉아 돌아오지..
15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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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의 편지2)
너의 동욱씨가 바빠서 어떻게 하니? 전에 네가 하던 대로 오전에 수영 다니고, 도서관엘 가 보는 게 어떨까? 공부를 하는 건 어때? 너 석사학위 받고 싶어 했잖아. 별로 늦은 나인 아니잖아. 우리나이가 실무경험도 6년이나 되고, 경험을 바탕에 둔 이론이라면 공부하기가..
14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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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지현의 편지1)
벚꽃이 지고 벚나무 잎이 조금씩 진해지는 5월이 되었다. 서울에서 주영에게 지현이 쓴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지현으리 글씨체였다. 도혜옥을 만난 후 시장을 보고 서점에서 책을 몇 권 골라 아파트 통로로 들어 섰더니 며칠 전에 주소를 물어 보던 지..
13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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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깨짐
우두둑 연두색우산 위로 빗줄기가 굵게 떨어진다. 주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 색인 우산을 쳐다본다.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그린을 주영은 좋아했다. 염색이 아무리 잘 된 그린이라도 빛에 노출되면 조금씩 탈색되는 단점이 있지만, 주영은 작은 소지품은 거의 그린을 고집했..
12편|작가: 황영선
조회수: 949
마음
"내 우서운 이야기 하나 해 주까예?" 도혜옥이 주영의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차를 이래 마시자고, 차 도구를 껴내는 그 순간 말이라예. 사람들이 나를 달리 보대예. 저런 아지매한테 저런 취미가 있었나 하고예...
11편|작가: 황영선
조회수: 798
비와 차
도혜옥은 바쁜 일이 있던지 가게 출입문 여는 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가게에서 숨겨진 공간(간단하게 밥을 해 먹는 공간에 가스렌지가 있었다. 한사람이 움직일 공간이 충분했다. 그곳에서 도혜옥은 점심을 해 먹는다고 말했다.)에서 재고품을 수납해 놓은 공간(층계가 나 있..
10편|작가: 황영선
조회수: 913
낙화
4월에 주영은 도혜옥을 다섯 번 만났다. 두 번째로 주영의 아파트에서 삼라만상으로 내려가는 날은 비가 내렸다. 고장 축제가 마감된 며칠 후였다. 동욱은 미친 사람모양 정신없이 바빴다. 어떤 날은 발 냄새 나는 작업복 차림으로 침대에 와서 술기운으로 쓰러져 잤고,..
9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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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옥과 만남 2
그 첫날 이후 도혜옥이 말하던 연에서인지, 지현을 닮은 도혜옥때문인지, 삼라만상이 문을 닫기 전까지 주영은 부지런히 도혜옥을 보러 갔다 "저런 욕심은, 다 가져다 뭣에 쓸라꼬예? 필요한 거 없으면 사지 마이소. 다음에 오시면 됩니더. 걱정마이소. 찬찬히 구경하이..
8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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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옥과 만남1
"안녕하세요?" "어서 오이소." 인사가 오갔다. 인사를 하고 나자 크게 할 말이 없어졌고 주영은 가게 안을 이리 저리 둘러 보았다. 특이해 보이는 그릇들과 나이 든 여자들에게 어우릴만한 옷들, 소형가전제품들, 유리컵과 커피 잔 세트, 수저세트와 포크, ..
7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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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의 축제
동욱은 새벽같이 출근했다. 더 이상 집에서 샌드위치를 먹지 않았다. 언제 나간 지 모르는 동욱을 대신해 주영은 전입신고를 했다. 서류상으로는 진해시민이 된 것이다. 전입신고를 하러 내려가다 보니 벚꽃이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진해는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축..
6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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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지병때문에 돌아 가셨다고 했었니? 요즘 현대의학이 못 고칠 병이었어?" 괜한 질문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주영이 물었다. "그래. 지병 때문이었고, 조금씩 병이 아버질 죽였을 테니까. 놀랄 일은 아니었어.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었지. 그래서 더 담담..
5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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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
몇 군데를 돌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까지 들려와 주영과 동욱은 저녁을 아예 일찍 먹기로 했다. 식사까지 마치고 나니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두 시간이었다. 자포자기가 된 상황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안 되면 동욱부터 내려와 집을 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주영의 마음..
4편|작가: 황영선
조회수: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