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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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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옥과 만남1


BY 황영선 2007-02-23

 "안녕하세요?"

 "어서 오이소."

 인사가 오갔다.

 인사를 하고 나자 크게 할 말이 없어졌고 주영은 가게 안을 이리 저리 둘러 보았다.

 특이해 보이는 그릇들과  나이 든 여자들에게 어우릴만한 옷들, 소형가전제품들, 유리컵과 커피 잔 세트, 수저세트와 포크, 쟁반, 등등 뭐라 말할 수 없게 다양한 종류들의 주방에서 필요한 그릇과 용품들 때문에 주영의 눈이 뒤집혔다.

 친정어머니가 혼수라며 한 세트 해 준 그릇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게 안의 다양한 그릇과 용품은 주영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방 도시의 그릇 치고는 디자인이 세련되었다.

 색채와  디자인에 대한 느낌은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주영이 가지고 있는 특기였다.

 물건의 가지수도 많았다.

 단품인 그릇들은 대부분 일본제였다.

 꼭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주영은 둘러보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필요한 거 뭐 있어예?"

 주인 여자가 물었다.

 주인 여자ㅏ는 키가 작았다. 얼굴도 작았고, 눈, 코, 입, 귀까지 오밀조밀했다. 몸집이 작아서 만약 젊었다면 44사이즈 정도로  보였다.

 주영은 늘 사람들의 몸을 그렇게 판단하는 버릇이 있었다.

 '음 저 사람은 44사이즈네. 음 저 사람은 55사이즈고, 66, 77, 야 저 뚱뚱한 사람은 88사이즈나 되겠는 걸.' 그 직업에 종사하고 얻은 결과라며, 지현과 만나서 사람들을 쳐다  볼때면 서로의 그 버릇을 확인하고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는 했다.

 친구 지현이 떠올랐다.

 44사이즈는 아니었고, 55사이즈를 입던 지현이었다. 그러나 만약 지현이 늙으면 이 가게 주인여자처럼 될 것 같았다. 주머니에 들어 갈 것 같은 작은 지현.

 "아 네, 물건이 너무 많아서요. 다 가지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 구경만 해도 될까요?"

 주영은 주인여자의 물음에 대답하면서도 정신없이 그 물건들에 빠져 들었다.

 정말 색채의 향연 이라도 하는 것 마냥 좁은 가게 안의 물건들이 천장에 달린 밝은 불빛 때문에 빛을 내뿜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크기가 작은 수 많은 종류의 그릇들이 주인의 모습을 닮은 듯 했다.

 그릇들도 자그마했고, 주인여자고 작았고, 가게 크기도 작아서 몸을 돌릴 틈조차 없었다.

 주영은 꽉 차 있는 가게 안과는 달리 무엇 때문인지 주인의 눈빛이 약간 빈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언니와의 재산 다툼을 말하던 그날 지현의 눈빛이 연상되는그런 눈이었다.

 주영은 삼라만상의 주인여자와  첫 만남 이후 자주 그 가게에 가게 되었는데, 주영은 그 일이 늙은 후의 지현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그 말을 주인여자에게는 하지 않았다.

 주인여자는 그 일을 연이라고 종종 말했다.

 주영은 주인여자와 헤어지는 그날까지 '당신은 제 친구를 닮았어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면 다시 삼라만상에 가는 일이 쑥스러워 질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삼라만상의 주인여자는 스스럼없이 주영에게 "이 일은 새댁과 나의 연이라예. "그렇게 말했다. 아마 주영보다 오래 산 여자였고, 종교생활을 하던 주인여자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었나 보다.

 헤어지는 주영에게 주인여자는 자신의 가게 명함을 내밀었다.

 주영은 그녀의 이름을 명함에서 보고 도혜옥임을 알았다.<7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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