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과 혀
[사장님, 크레이지 호스의 강승민씨가 배용묵의 친형인 배철묵 회장에게 찾아가서 자기 손가락을 잘라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오후 6시쯤이었다. 강남지역의 영업을 맡고 있던 정주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사무실 안에 있던 수희와 경..
12편|작가: 한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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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쓰메
그날은 승민에게 있어 악몽과 같은 하루였다. 야간업소 생활로 으레 아침 잠이 많아진 그가 숙소에서 동생들과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새벽부터 노회장이 호출한 것이었다. 연락은 바로 위 중간보스 전현구로부터 왔다. 그는 한때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었던 복싱계..
11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089
핸섬한 깡패
그날 밤 수희는 집 앞에 도착해서도 벌벌 떨었다. 크레이지 호스의 관리과장이 자기 차로 집까지 태워줘 안전하게 돌아오긴 했지만, 수희는 그날 저녁 자기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이 너무 무서워서 꽃가게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허름한 아파트 현관 앞에 세단..
10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875
낯선 인연
여자친구를 근처의 룸살롱에 데려다주고 승민이 크레이지 호스 현관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을 때 누군가 안에서 다급하게 뛰쳐나오며 외쳤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웨이터 병훈이었다. 그는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흰 와이셔츠는 이미 검붉은 선혈로 펑 젖어 있었..
9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32
미친 할리
H호텔 나이트클럽에 대한 영업실적은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매우 저조했다. 처음 거래를 시작한 이래 두 달 동안은 결제를 잘 해주더니 셋째 달부터는 전혀 수금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를 걸어 밀린 꽃값을 청구하면 매번 그 이튿날 입금시켜준다고 하면서 차일피..
8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119
밤의 문
최성수가 스테이지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때 국내 여성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누렸었던, 바로 그 가수였다. 어느새 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어봐도 그래도 슬픈 마음은 그대로인걸... 이국적인 카페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미사리 강변길을 지나간 적은 ..
7편|작가: 한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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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처음 꽃집을 시작할 때 수희는 약간 다른 영업 패턴을 모색했다. 가게를 오픈한 뒤 그냥 찾아오는 손님만 상대할 게 아니라 여러 수요처를 개발해 직접 꽃을 납품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 사업방향을 설정했을 때 수희는 스스로 거래처를 개척하는 한편 가까운 친구들을 통해 여러..
6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68
홀로서기
수희가 꽃집을 개업한 것은 남편과 헤어진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였다. 그녀는 허구헌날 집안에 틀어박혀 슬픔을 반추하며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고, 이제 생활을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혼 후 수희는 꼬박 한 달 가량을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지냈다. ..
5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859
손때 묻은 인형
그는 남이었다. 철저한 타인이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왔건만,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자식까지 낳고 해로하였었건만 이제 남편은 등을 보인 채 떠나려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마저 가차없이 짓밟고 그는 타인의 품을 향해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
4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04
타 인
[어디 가?] 차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받아보니 여동생인 연희였다. [네 형부 좀 만나려고.] [만나서 무슨 말을 하려구?] [무슨 말이든.] 연희는 잠깐 말을 끊었다가 약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언니는..
3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901
그토록 오랜 세월
수희가 남편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가까운 친구의 제보가 있고 난 뒤의 일이었다. 여고 동창생인 윤애가 계모임 때문에 시내 모 호텔 커피숍에 들렀다가 남편이 한 젊은 여자와 다정한 모습으로 객실 출입용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이다. 물론 윤애는 자..
2편|작가: 한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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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니, 이게 누구냐. 수희 아니냐?] 춘천의 고향집은 옛날 그대로였다. 세월이 흘러 지붕의 기와며 철대문 등이 많이 퇴색되고 녹이 슬어 낡은 느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여전히 시장 뒤편 언덕 위에 옛모습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어렵고 힘든 시절에도 어머니의 고집..
1편|작가: 한상군
조회수: 1,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