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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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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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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할리


BY 한상군 2006-01-08

                                                           

  

 

 

 


  
   H호텔 나이트클럽에 대한 영업실적은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매우 저조했다. 처음 거래를 시작한 이래 두 달 동안은 결제를 잘 해주더니 셋째 달부터는 전혀 수금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를 걸어 밀린 꽃값을 청구하면 매번 그 이튿날 입금시켜준다고 하면서 차일피일 시간을 끌기 일쑤였다. 기다리다 못해 직원을 보내 수금을 하려고 하면 담당자가 아예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상대조차 해주질 않았다. 이른바 악성 거래처의 전형으로 변모해버린 것이었다.
   그 해 가을도 다 지나 소맷부리로 찬 바람이 파고들 무렵 수희는 직접 H호텔 나이트클럽을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갔다. 계속 거래를 하든, 아니면 일체의 손해를 감수하고 거래를 중단하든 결판을 내기위해서였다.

   수희가 그곳을 찾았을 땐 한창 영업이 진행되던 시간이었다. 웨이터를 통해 지배인을 찾았지만 가타부타 통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수희는 인내심 있게 지배인을 기다렸다. 그날 아주 끝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이트클럽을 찾은 지 3 시간이 경과했을 무렵 배용묵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홀에 나타났다. 그는 몇몇 직원을 대동하고 실내를 한 번 돌아보더니 마치 뜻밖이라는 듯 수희가 앉아 있던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니, 이게 누구시더라? 로즈가든의 김사장님 아니십니까? 요로코롬 야심한 시각에 누추한 우리 가게에 뭔 일이시당가요?]

   긴 얘기 할 것 없었다. 수희는 인사가 끝나자마자 나이트클럽을 방문하게 된 용건을 짧게 요약해 들려주었다. 그러자 용묵은 수행하고 있던 직원에게 당장 영업부장을 데려 오라고 지시했다.

   [조께 기다리시쇼. 내 확인해보고 바로 처리해드릴텡께.]

   영업부장은 바람처럼 날아왔다. 그러자 용묵은 그에게 꽃값 연체 사실 여부를 물은 뒤 바로 귀싸대기를 매섭게 올려붙였다.

   [아니,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몇 푼 되지도 않는 꽃값을 밀려부렀다고라? 너 땀시 우리 아리따우신 김사장님께서 날 만나기 위해 황송스럽게도 여그까지 찾아오시지 않았냐. 이건 숙녀에 대한 에치켓이 아니란 말이시, 내 말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수희가 영업부장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자 용묵은 노여움을 한풀 누그러뜨리며 나직이 말했다.

   [아그야, 낼 아침 은행 문이 열리는 대로 바로 밀린 꽃값을 결제해드리드라고! 내 말 알아들었제?]
   [냅. 형님!]

   영업부장이 90도로 허리를 꺽으며 절도있게 대답하자 그제서야 용묵은 수희를 돌아보며 히죽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람 한 점 없었다.  깊은 숲속이라고는 해도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어디선가 선들선들 바람이 파고들어올 법도 했지만 주위는 적막할 정도로 고요했다.
   메마른 낙엽 위에 가죽 점퍼와 셔츠를 깔고 느긋하게 드러누운 승민은 자신의 알몸을 여자의 손길에 맡긴 채 애무를 즐겼다. 여자 역시 전라의 몸으로, 상체를 비스듬히 승민의 몸에 걸친 자세로 그의 입술에서 시작해 목줄기, 가슴, 그리고 민감한 하반신 쪽으로 천천히 훑어내려갔다.
   마른 나뭇가지들 사이로 잿빛 하늘이 보였다. 그 허공을 까치 몇 마리가 오락가락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여자의 애무가 진행되면서 승민은 두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공기였다. 그는 폐부 깊숙이 욕심껏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아. 여자의 입에서 단내가 났다. 서로 위치를 바꾼 상태에서 승민의 역공이 시작되자 여자는 죽을 듯 헐떡거리며 두 손에 낙엽을 한 웅큼씩 쥐었다. 그리고 쥐어짜듯 비벼 잘게 부수었다.
   여자가 토해낸 신음을 승민은 자신의 입술로 받았다. 그리고 여자를 부드러운 손길로 일으켜 낮게 엎드리게 한 뒤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눌렀다. 그 자세로 승민은 여자의 촉촉이 젖은 살 속에 자신의 성난 육신을 천천히 삽입하였다.
   부드럽고도 힘찬 운동이 시작되자 여자는 이윽고 인사불성으로 자지러졌다. 날씨는 쌀쌀한 편이었지만 승민과 여자의 몸에서는 땀방울들이 맺혀 주르르 아래로 흘러내렸다. 
   
   가까운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아주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낯선 이방인들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버렸다. 

   [어머, 비가 쏟아지려나봐.]

   아름드리 나무 아래 승민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비스듬히 기대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품에 안겨 있던 여자가 문득 손바닥을 펴 빗방울을 받으며 호들갑스럽게 다시 외쳤다.

   [승민씨, 비가 와. 비가 온단 말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여자는 승민의 입에 물려져 있던 담배를 흙바닥에 비벼끈 뒤 사내의 가죽점퍼를 두 팔에 꿰어 입으며 서둘러 일어섰다. 

   [빨리 가. 벌써 캄캄해졌어.]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자는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승민은 시종 느긋한 얼굴이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뒤 곁에 세워두었던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퉁퉁거리는 낮고 묵직한 할리 데이비슨 특유의 배기음이 숲속에 울려퍼졌다. 승민은 흰 와이셔츠를 대충 입은 채 선글라스를 얼굴에 쓴 후 두 손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뒤로 넘겼다. 그러자 여자는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헬멧을 머리에 쓰고 냉큼 오토바이 뒷자리에 오르더니 승민의 허리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승민씨, 사랑해!]

 

  

   수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자 용묵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스테이지 위에선 요즘 한창 잘 나가는 댄스그룹이 나와 열창을 하고 있었고, 플로어에선 젊은 남녀들이 한 데 어우러져 흥겁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 요로코롬 그냥 가버리면 참말로 섭하단 말시. 나가 아우들을 잘못 다스린 죄로 사죄도 할겸 김사장님께 술 한 잔 대접해드리고 싶은께 쪼께 기다리시쇼.]

   용묵은 근처를 지나가던 웨이터를 부르더니 룸 하나를 비워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수희는 그와 단둘이 술을 마신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댄스그룹의 노래와 쿵쾅거리는 연주음 때문에 수희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 외치듯 큰 소리로 말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오늘은 너무 늦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약속이 있거든요. 다음에 제가 지배인님께 한 잔 거하게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그라요? 그럼 시방 어디로 가십니까? 김사장님 가시는 곳까지 제 차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사실 수희는 그날 저녁 아무 약속도 없었다. 하지만 용묵이 이상하리만치 집요하게 따라붙자 그녀는 H호텔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이트클럽 <크레이지 호스>에 볼 일이 있다고 둘러댔다.

   [크레이지 호스라고라. 거기라면 나가 잘 아는 곳인디, 김사장님께선 거기에도 꽃을 납품하고 있었는가요?]
   [네.]
   [거기라면 우리 형님 친구가 하는 곳이라 나가 잘 안당께요. 어쨌든 같이 나가십시다. 나가 김사장님 야그 잘 혀서 꽃 많이 팔아주라고 할텡께 시방부턴 장사 걱정 꽉 붙들어매시요잉.]

   용묵은 여자의 생각 따위는 아랑곳 없다는 듯 앞장서서 홀을 가로질러 출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희가 내심 그곳을 악성거래처로 분류해 아주 깨끗이 정리해버리려는 생각을 눈치라도 채고 있었던 것일까.
   용묵이 찰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자 수희는 그의 뒤를 따르면서 어떤 방법으로 상대를 떼어놓을까 곰곰 궁리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가 속력을 낼수록 맞바람도 거세어졌다. 그를 피하기 위해 여자는 승민의 등에 바짝 붙었다. 그러나 엄습해오는 추위를 막을 순 없었다. 비에 젖은 가죽점퍼는 더구나 온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자는 그래서 전신에 전혀져오는 차가운 기운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승민은 벌거벗은 상체에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친 차림이었지만 전혀 추위에 떠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온몸을 때리는 비바람이 오히려 시원하다는 듯 자신만만한 자세였다.
   엷은 흑색의 선글라스를 쉴 새 없이 빗줄기가 때렸다. 그의 머리는 비에 흠뻑 젖어 흡사 기름을 발라 단정하게 빗어넘긴 것처럼 윤기가 번들거렸다.
   여자는 그런 승민의 가슴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근육질의 단단한 상체가 마음 든든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바람이 불고, 빗물이 온몸을 적셨지만 여자는 그가 빠른 시간 안에 자기를 안락한 곳으로 데려다주리란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

   강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벼랑길이 펼쳐졌다. 비에 젖어 노면이 번들거리자 모든 차들은 속력을 줄이고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그러나 승민은 위험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평상시처럼 속력을 내고 있었다. 그는 차라리 대향차선으로 간다고 해야 할 정도로 추월을 예사로 하였고, 다른 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만큼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거듭하였다.

   승민은 가히 오토바이광이라 할만 했다. 아니, 스피드에 미쳤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급한 성격에, 결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기질은 그를 자연스럽게 광적인 레이서로 만들어놓은 듯했다.
   뒷골목 생할을 하며 푼푼이 돈을 모아 어렵게 장만한 독일산 최고급 오토바이를 몰고 거리에 나서면, 승민은 언제나 목적지까지 전력을 다해 질주하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폭주습관을 가지고 있는 그를 가리켜 종종 미친 할리라 부르곤 했던 것이다.  

 

 

   워낙 유명한 곳인데다가 한창 영업이 최고조에 달한 시간이라 그런지 크레이지 호스엔 빈 테이블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용묵은 고참 멤버 한 명을 부르더니 그의 바지 주머니에 빳빳한 지폐 몇 장을 찔러주며 간단하게 빈 테이블을 하나 만들었다. 술이 오기 전에 용묵은 일단 관리직원부터 불렀다.   

   
   [무슨 일이신지.....]

   크레이지 호스의 관리과장은 곧 달려왔다. 그는 윤재도라는 사람으로 흑인혼혈이었는데, 수희도 꽃 납품 관계로 익히 잘 아는 사이였다. 그녀와 눈인사를 주고 받은 뒤 재도는 용묵을 내려다보았다. 표정으로 보아 아마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인 듯했다.

   [나 배용묵이란 사람인데, 나 몰러?]
   [네.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그랑께 시방 나를 모르시겠다? 허 참. 나 여그 사장과 잘 아는 사람인데 말여, 앞으로 우리 김사장님 꽃 많이 팔아주드라고. 우리 가게에서도 시방 김사장님 꽃을 쓰고 있는데 참말로 싱싱한 거시 최고란 말이시! 자네 내 말 알아듣겠는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대답과 달리 재도의 얼굴엔 약간 떫은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와 주문을 받으려 하자 재도는 그 틈을 이용해 꾸벅 인사한 다음 뒤로 물러섰다. 그가 등을 보이고 돌아서자 용묵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씹어뱉었다.

   [쪼께 시건방지구마이. 깜둥이 새끼 주제에!]
   [.....]

   실내는 댄스음악 소리로 고막이 얼얼할 지경이었지만 재도는 잠깐 발걸음을 멈춘 채 주춤했다. 아마 용묵의 야유를 들은 듯했다. 하지만 재도는 아무 말도 못들은 척하며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갔다.
   이윽고 테이블 위에 위스키 한 병과 우유, 콜라, 그리고 칵테일 얼음이 한 통 가득 담겨져 세팅되었다. 곧 이어 웨이터 보조가 과일 안주를 큰 접시로 푸짐하게 가져오자 용묵은 술병을 들어 수희의 잔에 선홍색의 위스키를 졸졸 따라주었다.

   [진작부터 이런 자리를 한 번 갖고 싶었습니다, 김사장님.]
   [.....]

   수희가 위스키를 입에 대는 시늉을 하는 사이 용묵은 그것을 스트레이트로 연거푸 세 잔씩이나 들이켰다. 그리고 이내 술기운이 벌겋게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는 무슨 생각에선지 맞은편 자리에서 일어나 수희 옆 자리에 바짝 붙어앉았다.

   [김사장님 옆에 앉응께 참말로 황홀해지는구마잉. 장미꽃 향기가 풀풀 나는 것 같소. 시방부터 난 김사장님 팬 할텡께 알아서 하시쇼. 책임지란 말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