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친정아버지를 땅에 묻고 난 그날 밤 아버지의 상반신만이 꿈 속에 보였는데 한 쪽 눈에서만 눈물이 흘러내리고 계셨었다.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났는데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이틀을 심한 몸살에 시달렸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처음 한 달간은 엄마가 죽지 않..
20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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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우리 삼남매의 결혼식은 참 달랐다. 오빠는 그래도 아빠의 사업이 잘 될 무렵이어서 큰 올케가 받은 폐물은 아마도 왠만한 집 부럽지 않았을 게다. 엄마는 자신이 제대로 폐물을 받지 못하고 결혼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랬는지 나와 이모가 이상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큰 올케에..
19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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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엄마의 유골항아리를 친정아버지의 묘옆에 묻고 우리 삼남매는 각각 다른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유달리 많이 울던 남동생내외와 오빠를 보면서 내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살아계신 동안 더 따뜻하게 해 드릴 걸...' 도대체 ..
18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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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잠깐 눈이라도 붙이려고 다 들 누웠는데 오빠가 문상객들과 마신 술이 과했는지 옛날 이야기를 했다. "이모 내가 우리 집사람이 너무너무 보기 싫어 죽이려고 목 눌렀었는데 술이 취해서 죽이질 못했어요. 나를 밑바닥까지 다 떨어뜨려 놓고 동생들한테 얼굴도 못 들게 만들고 ..
17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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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밤늦게 남편이 불쑥 나타났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가왔다. 열흘간의 해외출장에 시차적응도 안 되었을텐데 그래도 피곤한 기색없이 와 준 것이 고마왔다. 대학교때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자가 자기가 열심히 공부해서 교수되는 것하고 남편출세시켜 교수되는 것하..
16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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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엄마는 친정아버지가 돌가가시기 전 다니시던 병원의 수녀님들의 따뜻한 말씀과 기도때문이었는지 천주교로 개종을 하셨다. 주일마다 열심히 성당에 다니셨고 영세도 받으셨기 때문에 오빠와 나는 근처 성당을 물어 엄마의 영혼을 위한 미사를 부탁드렸다. 제주도까지 친척과 지..
15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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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긴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를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간호하고 지켜봐야 하는 보호자의 고통을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돌아가실 거면 편안히 빨리 눈 감으시는 편이 나은데..."하며 혼자 말로 중얼거릴 때마다 남편은 여지없이 나를 매정한 사람..
14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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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아버지는 온 몸이 차가울대로 차가와지고 굳은 후에도 마지막 숨을 거두지 못하시고 잊어버릴 때쯤이면 거친 숨소리가 다시 새어 나오시곤 했었다. 만 하루가 지나고서야 어렵게 숨을 거두신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나는 이상스럽게도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차라리 편안..
13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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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아이가 겨울방학 중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기중간이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았다. 엄마는 간간히 눈을 뜨셨고 형광등 불빛이 흐리다며 "뭐 이러니? 불이 왜 이래."하시면서도 정신은 맑으셨다. "엄마 뭐 먹고 싶은 것 없어? 병어회 좀 사올까?" "그러던지."..
12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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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오빠의 목소리는 조금 겁에 질려 있었다. "엄마가 이상하시다. 밤새 팔을 내저으며 엄마 엄마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처음에는 뭔지 알아차리지도 못할 큰 똥까지 누셨다. 도저히 엄마상태로는 볼 수 없는 변인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나는 침대옆 탁자에 놓인 시..
11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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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큰 올케가 오빠의 짐을 실어보낸 모양이다. 좁은 베란다 뒤쪽에 오빠의 옷가지 등이 든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같이 살아내기도 힘들지만 일단 결심하면 헤어지는 것도 이렇게 순식간인가 싶었다. 하긴 서울과 제주도로 떨어져 살아서 못들..
10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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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전에 남편에게 환자를 비행기에 태울 때는 어떤 배려가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 혹시 아는게 있는지 물어보았다. " 전화걸어서 물어봐라." 신경쓰지 않고 싶다는 눈치였다. 그래도 남편이라고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다. 항공회사에 전화걸어 물어보니 비행기를 타..
9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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