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눈이라도 붙이려고 다 들 누웠는데 오빠가 문상객들과 마신 술이 과했는지 옛날 이야기를 했다.
"이모 내가 우리 집사람이 너무너무 보기 싫어 죽이려고 목 눌렀었는데 술이 취해서 죽이질 못했어요. 나를 밑바닥까지 다 떨어뜨려 놓고 동생들한테 얼굴도 못 들게 만들고 죽여버릴려고 했는데... 그런데 엄마 주민등록 정리하고 사망신고 하려고 갔더니 벌써 주민등록 다 정리되고 내 이름만 있더라구. 그래도 둘째 아들놈은 불쌍해. 내가 지 엄마와 사이 안 좋고 싸우고 하는 동안 아이가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생겨서 그 아이는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해."
"오빠, 정은아빠도 있고 이모부도 계시니까 그만 해 자자. 지나간 소리 하면 뭐해."
"나는 결혼 그렇게 일찍 하고 싶지 않았는데 괜히 서둘러 엄마가 결혼시켜서. 나 좋아하는 착한 여자들도 많았는데..."
"오빠가 사귀고 자주 사람들 눈에 띄니까 결백증 엄마가 빨리 결혼시켰지. 중매결혼도 아닌데 왠 엄마탓이야?"
가만히 계시던 이모부가 말씀하셨다.
"자 그만 자자."
부부는 돌아서면 남남이라더니 큰 올케가 먼저 합의이혼서를 제출하고 오빠도 모르는 사이 모든 게 정리된 모양이었다.
어느 한 쪽을 탓할 수만 없는 것이 부부간의 갈등이 아닐까?
자라난 환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두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양쪽 집안까지 같이 묶여서 살아야 하는 결혼이 어느 한 쪽의 잘못만으로 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 큰 올케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따뜻하게 자기를 다독거려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웠을 테고 오빠는 직장앞에서 채권자들이 지키고 여기저기 피해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올케에게 말 한마디라도 순하게 할 수 없었을 거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고 두 사람의 인연이 이제는 이것으로 완전히 끝나는가 싶으면서도 다시 한 번 조용히 오빠에게 물었다.
"엄마 모시는 문제 때문이었다면 다시 생각해 봐. 아이들이 있쟎아. 아이들만 아니면 나도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이 불쌍하쟎아."
"미련 조금도 없다. 아이들이 이혼한다고 성이 바뀌냐?"
다음날 새벽 우리는 화장터를 향해 떠났다. 비행기시간에 마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일하시는 아저씨가 엄마의 관채로 화로에 넣으셨고 한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열어 보았을 때는 타고 남은 작은 뼈조각들만 남아 있었다. 죽고서 남는 것은 한 줌의 재이라더니 엄마의 시신은 무언가 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하얀 가루가 되어 유골항아리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