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모험을 처음 제안 한 것은 강희였다. 그 날은 마침 토요일이라 도서관이 일찍 파했다. 당연히 동생들도 일찍 집에 왔겠지만 나는 미현이와 함께 강희네 집으로 갔다. 저녁 식사 시간 전에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강희네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같이 시험공부를 했다...
20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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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병국아, 이리 와서 앉아.” 미현이의 말에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본채 벽에는 정말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좀 망설이는 듯 하던 그림자는 쭈삣쭈삣 우리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좀 놀라서 병국이와 미현이를 번갈아 바라 보았다. 언제부터 병국이가 그 곳..
19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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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도서관의 문을 잠그고 불 꺼진 복도로 나서면 약간은 으스스하고 적막한 공기가 사방에 깔려 있었다. 창 밖으로는 구포다리의 가로등이 보이고 구포역과 그 주위에 낮게 모여앉은 낡은 슬라브 지붕들이 보였다. 그 지붕아래서 비쳐 나오는 불빛들에 의지하여 우리들은 복도와 사층에..
18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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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낙동강에. 본관 사층의 가장 안 쪽에 위치한 도서관에서는 구포역과 낙동강이 환히 내려다 보였다. 개가식 서가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책을 읽다가 눈이 부셔와 손을 이마에 대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창밖을 내다보면 해가 강물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 보..
17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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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곧 중학생이 된다, 그것이 우리를 부쩍 큰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미현이와 나는 같은 학교에 배치가 되었다. 희순이는 중학교를 포기했다. 희순이 엄마가 오빠도 돈을 벌어서 고등학교를 마쳤는데 정 공부하고 싶으면 나중에 니가 벌어서 하라고 하는 바람에 희순이는 두말..
16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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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내가 아무래도 이름을 기억 할 수 없는 계란 할머니의 막내아들 얘기를 조금 하려고 한다. 계속 막내아들이라고 부르면 이야기의 진행이 안 되겠기에 철수라고 하자. 나보다 일고여덟 살 많았던 철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막내아들이었지만 할머니의 아들은 아니었다. 할머니의 오..
15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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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대통령이 죽었다. 그것도 어른들 얘기로는 누군가에게 총을 맞고 갑자기 죽어 버렸다고 했다. 어떻게 대통령이 죽을 수가 있나, 죽음의 개념을 아직 잘 모르는 우리들도 잘 이해 할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사람은 대통령이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14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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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방 안은 좀 침침했다. 꽤 큰 유리창이 있었지만 창호지로 된 덧문까지 모두 닫아 놓아서 빛이 잘 스며들지 않았다. 게다가 구식으로 지은 집이라 천정은 낮고 넓은 마루에 비해 방은 작았다. 한쪽에 낡은 여섯 자 농이 놓였고 노인은 그 맞은편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 나이로..
13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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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흔히 보릿고개라고들 기억하는 2월은 나의 기억 속에도 보릿고개로 기억에 남아있다. 겨우내 많지 않은 날짜를 일을 하더라도 엄마는 급료가 제 날짜에 나와 주기를 바랐다. 어찌 되었거나 엄마의 급료는 한 달 꼬박 일해도 그다지 높지 못 했고 아버지의..
12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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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이제는 경제용어의 하나처럼 되어버린 IMF체제 아래서 남편은 남들이 그러하듯 실직자가 되었다. 만 삼년을 실직 상태로 있는 동안 빚은 산처럼 높아만 갔다. 간간 일용직으로 일을 했지만 그것으로는 생활을 해 나갈 수가 없었다. 남편이 겨우 직장을 구해 일을 시작했어도 사..
11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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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밖은 새 연탄을 가득 쌓아 놓은 것처럼 깜깜했다. 시계를 보니 저녁 일곱시가 채 안되었다. 잔업이 없다면 엄마는 일곱시에 퇴근을 할 것이었다. 느거 엄마, 오늘 우산 안 가 갔제, 미희야, 니가 좀 내리 가 봐라. 아버지가..
10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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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수경이 언니는 추석이 되기 전에 성구네 다락을 떠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병이 너무 깊어져서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데다 의사가 요양이 필요하다고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수경이 언니의 병을 가장 먼저 알아 챈 사람은 윤경이 언니였다. “내 말이 맞아, 언니. ..
9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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