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오빠를 처음 봤는데 친 아빠가 찾아 오셨나 생각했어요. 유라는 손바닥 보다도 작은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사진안엔 내가 남편을 처음봤을 때 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학생같은 남자가 유라를 안고 있었다. 남편하고 닮은데를 찾느라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어디가 닮았을까? 아..
9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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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난 세상에서 가장 추한 여자가 자식 팽개쳐 두고 남자 몸만 쫓아 댕기는 년들이라고 생각헌다. 한 남자한테 당했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긴데 또 이 남자 저 남자, 어찌 사내를 믿겠노. 누가 특별나다고. 한 남자하고 헤어졌으믄 잠자코 새끼보고 살든지 그럴 자신 ?좇많?그..
8편|작가: 안개
조회수: 573
[제7회]
모두 되돌리고 싶다. 남편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어긋난 삶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그래도 집에서 학교다니던 고등학교 때 까진 힘들었지만 행복했었다. 아버지한테 일본어와 한문을 배우던 생각이 난다. 엄..
7편|작가: 안개
조회수: 651
[제6회]
유라 옷 좀 사줘. 영 난민 같잖아. 유라와 단 둘을 남겨 두고 며칠 동안 집을 비운 뒤에 돌아와서 남편은 대뜸 말했다. 그래도 내옷 중에 그 중 좋은 옷을 주었는데 난민 같다니 입안이 뻑뻑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는 돈 벌어서 다 뭐해요. 옷도 안 사 입고. 회..
6편|작가: 안개
조회수: 670
[제5회]
아카시아 향기가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밀고 들어온다. 뜨거운 방바닥에 누워 맡는 아카시아 향기라. 이상했다. 마치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남편이 내 위에서 사정할 때의 냄새가 난다. 그럼 저게 밤꽃 냄새인가? 사방이 온통 하얗다. 아기한테는 신선한게 좋다고 하는데 불을 약..
5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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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내 느이 아버지 하구 지금까지 잘 살았다 생각한게 딱 한번 있었다. 느들 결혼식 때. 그래도 아버지가 없었어 봐라. 오라비가 있나 삼촌이 있나. 그때 여태 산기 참 용하다 생각했다." 엄마가 왜 저런 말을 하시는지 짐작이 간다. 엄마는 그냥 잠깐 쉬러왔다는 내말을 믿..
4편|작가: 안개
조회수: 570
[제3회]
아무것도 아냐. 바닥에 깔린 오래된 장판의 무늬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말했다. 손가락이 지나치게 말랐다. 목욕을 해서 뽀얗게 빛날 유라의 얼굴이 바닥에 비친다. 실핏줄이 엷게 비치는 유라의 피부, 아직 더 자리 잡아야 할 그애의 부드러운 팔 다리를 보면 어쩔 수 없..
3편|작가: 안개
조회수: 432
[제2회]
오빠, 유라가 남편을 그렇게 불렀을 때 난 우리 옆에 누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어디를 가도 아저씨라 불리우는 남편도 멋쩍은지 나를 보고 웃었다. 아저씨란 객관적인 호칭을 두고 왜 그렇게 특별하게 불렀을까. 난 두 살 많은 남편을 지금까지 그렇게 불..
2편|작가: 안개
조회수: 415
[제1회]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게 이렇게 고운 빛깔 일수 있을까? 물기를 머금어 약간은 푸른빛을 띠는 기저귀 중간이 애기 똥풀 짓이겨 놓은 듯하다. 물을 한껏 세게 해 놓고 샤워기로 뿜어 대니 금방 원을 그리며 흩어져 버린다. 헹구려고 함지에 넣은 기저귀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마..
1편|작가: 안개
조회수: 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