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상에서 가장 추한 여자가 자식 팽개쳐 두고 남자 몸만 쫓아 댕기는 년들이라고 생각헌다. 한 남자한테 당했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긴데 또 이 남자 저 남자, 어찌 사내를 믿겠노. 누가 특별나다고. 한 남자하고 헤어졌으믄 잠자코 새끼보고 살든지 그럴 자신 ?좇많?그냥 그 사내하구 살든지 해야 하는기라."
엄마가 입에 밥풀까지 튕기면서 여관에 온 여자 얘기를 한다. 일부러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경희가 나를 보고 눈을 찡긋한다. 엄마는 아를 점점 부담스러워 한다.
이제는 떠나야 할 것 같다. 잠깐 쉬러 왔다고 한 게 벌써 일주일이나 되어간다.
그동안 남편한테 두 번 전화가 왔었다. 왜 그렇게 점점 사람을 피곤하게 하냐구...
참, 아버지 저녁은 챙겨다 줬냐?
엄마가 이제야 배가 부른지 아버지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며칠동안 야근을 하신다. 밤 아홉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하지만 일부러 집에 오기 싫어 핑계대는건 아닐까 생각했다.
저녁을 챙겨서 아버지가 일하시는 주유소엘 갔었다. 사람 얼굴이 새겨진 초록색 옷을 입고 차가 들어설 때마다 뛰어 다니는 아버지를 보니 가슴이 뻐근해졌다.
집에 와서 둘이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무섭기만 한 엄마보다 편하고 자상했던 아버지. 흰머리가 많다. 이젠 저걸 뽑아 드릴수도 없구나.
우리 큰 딸이라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나를 소개하자 사람들은 닮았군요,했다. 아버질 닮았다는 얘긴 어렸을때부터 많이 들었다. 딸이 아버지를 닮으면 잘 산대.
그런데 난 왜 이럴까.
난 니가 꼭 그 사람하구 끝까지 살라고는 안한다. 대신 니가 홀로 설 수 있어야 해. 정서방 아니라 다른 남자한테서 찾는 행복 말구 니 스스로 자신한테. 그러면 더 강해져야 하겠지.
저녁을 드시고 주유소 밖에 있는 커피를 마시며 아버진 말씀하셨다.
혹시 내가 남자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지금에야 생각하니 이상하다. 남편한테 서운하고 실망도 하지만 다른 남자들한테 관심을 둔 적은 없었다. 아직 민수씨를 사랑하는 건지 엄마 말대로 다른남자도 다 똑 같다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다.
엄마만 아버지하고 산게 힘들었던건 아닐게다. 무엇이든지 담아 두지 못하고 내 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 사람들하고 술이라도 마시고 있으면 기어이 들어가서 팔을 잡아 채서라도 아버질 끌고 오는 엄마. 그럴 때 아버진 허허 웃기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