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제목: 인연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며 회초리를 들었다. 평소 같으면 말로 타일러도 될 일을 울컥하는 감정이 앞서 심하게 때리고 말았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아이가 서러움에 지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베개가 촉촉할 정도로 운 것을 보니 많이 아프..
22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17|2007-09-13
가을
제목: 가을 계절의 끝은 언제나 추억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한 번의 계절이 끝날 때마다 사람들은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가슴속에 저장한다. 좋은 추억은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꺼내 보기 좋게 예쁜 포장지로 싸서 넣어 두고, 나쁜 추억은 가슴속 어딘가에 열..
21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08|2007-09-13
네가 살 세상은
제목: 네가 살 세상은 내 딸아, 앞으로 네가 살 세상은 시험이라는 단어가 아예 사라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도, 국어사전에도 없었으면 좋겠구나. 이번 수능 시험에도 세상에 아직 나서 보지도 못한 몇몇 학생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버리고 말았단다. 얼마나 가슴이 아..
20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29|2007-09-12
파도와 바위
제목: 파도와 바위 바람에 묻어온 그의 소식은 잊고 지내왔던 시간 속의 기억을 끄집어내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내 머릿속의 기억 시간은 언제나 그를 떠올리면 실종이 되고 방향을 잃어버린 나침반처럼 어지럽기만 했었다. 사랑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웠던 스무 살..
19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05|2007-09-12
10년만의 하루
제목: 10년만의 하루 가족이라는 섬에서 평범한 하루하루에 길들여져 살던 여자에게 어느 날 하루 만의 여행이라는 배가 다가왔다. 반가움과 설렘에 배를 타고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슴은 옆 사람에게 들릴 만큼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미지의 세계로 낯선 사람들..
18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336|2007-09-12
달과 사막
제목: 달과 사막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기억에 남는 사람 한두 명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한 삶이 될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추억의 길 어딘가에는 아련한 그리움의 열매를 달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씩 기억을 비집고 들어와..
17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64|2007-09-12
빨래를 널며
제목: 빨래를 널며 올여름은 유난히도 비손님이 자주 온다. 수분에 젖은 하루하루를 창밖으로 내다보며 운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아줌마 인가 보다. 아스팔트를 거세게 때리는 빗방울들이 이제는 좀 지쳤으면 좋겠다고 가벼운 한숨으로 맑은 하늘을 ..
16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88|2007-09-12
길
제목: 길 “저어……, 시간이 넘은 것 같은데…….” 곁눈질을 하며 책상 앞에 앉은 사람에게 조심히 말을 건넸다.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은 그 사람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톤을 높였다. “기다려!”그 말뿐이었다. 표정 없는 얼굴에 사무적인 태도의 그를 이곳에서..
15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59|2007-09-12
세월
제목: 세월 “끼이이익” 더위로 지쳐있던 여름 오후가 일순간에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대문 밖에서 자전거 멈추는 소리가 들려 얕은 잠이 들었던 나는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혜빈아, 이거는 아이들 삶아주고, 요거는 된장찌개 끓일 때 넣어 먹어라.” ..
14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39|2007-09-12
여름밤과 평상
제목: 여름밤과 평상 더위로 녹초가 되어 버린 시계가 벌써 12시를 넘어 새벽으로 가쁜 숨을 재촉하고 있다. 새벽으로 향해 가는 시간에도 넉살 좋은 기온은 내려갈 생각을 안 하고 열대야로 약을 바짝 올린다. 수박만큼 부어오른 배를 잡고 크게 숨을 내쉬고는 편안한..
13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41|2007-09-12
그녀의 희망
제목: 그녀의 희망 온몸을 녹여 버릴 듯 뜨거운 열기를 토해 내는 아스팔트를 걷는데도 발에는 어떤 느낌도 나지를 않는다. 몸속의 세포들이 일순간에 전부 죽어버린 듯 감각을 느낄 수가 없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커피숍의 문을 열면서도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아무 생..
12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20|2007-09-12
비그리고 수제비
제목: 비 그리고 수제비 밖에 비가 온다며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미처 닿기도 전에 장대같은 비가 한꺼번에 땅으로 쏟아져 내렸다. 마당에 널어둔 이불이 생각나 신발도 대충신고 달려 나가보니 벌써 여러 군데 비 폭탄을 맞아 상처를 입고 패잔..
11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20|2007-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