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님께
할머니! 지금 창밖엔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 들녘은 수확의 손길로 더욱 바빠질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두 손녀 시집보낼 이불솜을 장만하기 위해 애벌목화는 목화밭에서, 끝물목화는 뒷산 자락에 널어둔 목화가지에서, 하얗게 핀 손녀의 꿈을..
11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504|2007-03-07
송아지 낳던 날
소는 고향이다. 들녘에서 논갈이를 하든지 산 어귀에서 풀을 뜯던지 외양간에서 휴식을 취하든 그 어디서든지 소를 보면 평화롭고도 푸근하다. 나는 소와 함께 살아왔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겨울철 아랫목만큼이나 따뜻한 기억 속에 묻어 놓고 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예닐곱..
10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519|2007-03-05
단골 채소가게
단골 채소가게 버스정류장 옆에 자리한 채소장사 할머니, 이곳에 이사 와서 네 번째로 맞는 나의 단골 가게다. 지금쯤은 집에서 쉴 연세이건만 이 혹한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파와 버섯과 호박을 달라는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일어선 자리에는 놀랍게도 L P G ..
9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600|2007-03-05
주운 돈
길에서 주운 돈 박 정 애 설을 쇘는데도 바람이 차다. 저만치 보이는 버스 승강장을 향해 걷는데 자세가 구부정해짐을 느낄 정도로 몸이 옴츠려 진다 땅을 향한 눈 안으로 확 들어오는 게 웬 떡인가! 발아래 반으로 접힌 만 원짜리가 떨어져 있다. 얼른 주우려니 남들 눈도 ..
8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734|2007-02-28
사진
사 진 박 정 애 내 화장대엔 아들 형제의 어릴 때 사진과 남편의 사십대 초반 사진이 나란히 꽂혀져 있다. 두 아들 사진은 작은애가 군에 갔던 10년 전에 내가 꽂아 둔 것이고 이를 본 남편이 질투라도 하듯 가장 잘 나온 자신의 사진을 골라 화장을 할 때나 출근 전에 ..
7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481|2007-02-28
가슴에 묻혀가는 내 고향집
가슴에 묻혀가는 내 고향 집 박소 영어머니 기제 참석 차 친정에 갔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삼대독자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조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오랜만에 들린 친정이라 여러 안부를 주고받은 후, 조카가 \"고모님! 오랫동안 방치해 둔 시골집을 군..
6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555|2007-02-28
피서지에서 대화
피서지에서 대화 박소 영며칠 전, 며느리가 휴가 때는 온 가족이 시원한 계곡에 가서 한 이틀 쉬고 오자고 저녁식사 후 말을 던졌다. 남편은 이미 동료들과 여행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나를 보고 같이 다녀오라고 했다. 출발 하루 전 며느리는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메모하면..
5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563|2007-02-21
선생님의 미소
선생님의 미소 박 소 영반월당역에서 손녀의 손을 잡고 차를 기다리는 중 노신사 한 분이 “보자, 아는 사람 아닌가?\"라고 하면서 내 앞으로 다가 오신다. 환한 얼굴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무척 반가워 하신다. 초등학교 선배, 직장 선배, 이웃으로 살았던 분?, 잠시나..
4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819|2007-02-21
입동속에 여름
입동 속에 여름 박 소 영올봄, 도심을 조금 벗어난 이곳으로 이사를 한 후 거의 매일 베란다에서 내다보이는 자연 속에 빠져본다. 대학캠퍼스, 남매지 못,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각가지 수목들, 가을철이 접어들면서 그 광경은 더욱 장관이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보다 그..
3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866|2007-02-20
곶감 갈무리
곶감 갈무리박 정 애 추석을 전후하여 남편은 부모님 산소에 성묘도 할 겸 빈집으로 방치되어 있는 시골집에가서 감을 따 온다. 부모님께서 손수 심고 가꾸셨던 감나무, 남편과 함께 자라와 지금은 고목이 되어 고향집을 지키고 있다. 농사를 짓는 분이 조금씩 주는 감을 남편은..
2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540|2007-02-20
햅쌀 두 포대
햅쌀 두 포대 20kg 쌀 두 포대를 포개어 놓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가게에서 들여온 쌀이 아니라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장만한 논에서 거둬들인 것이라 더욱 살가운정이 간다. 평소에 먹던 쌀과 같은 모양을 지닌 쌀일 뿐인데 그 느낌 이렇게 다른가. 퇴직 후 남편은 양..
1편|작가: 박 소영
조회수: 1,630|200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