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들지 마십시오. 2
예기치 않은 방문에 놀란 토끼처럼 소장과 경리는 황급하게 테이블에 앉으시라고 했다. 노신사는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지금도 흔하지 않은 중절모인데. 구두는 반짝거렸고 손목에 금장시계가 묵직하게 보였다 소장이 보험을 들려고 물으니 한 번 알아보려고 왔다고..
2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08|2006-02-16
보험을 들지 마십시오.
칠년이다. 보험 설계사이기 전 보험 아줌마로 통한 기간이다. 딸아이 분유값은 벌 수 있다고 나 살던 옆 동네 아줌마가 모집인 시험을 보라고 했다. 난 설계사가 되기 위해서 시험를 본 게 아니라 우리 딸아이 분유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분유값은 쌀보다 비..
2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88|2006-02-16
엄마! 나도 재활용이여?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 키도 제법 커있고 학용품도 바꿔져야 하고 이것 저것 할 일이 많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를막 졸업하고 중학교 배정을 받은 날 나에게 주문을 했다. 교복도 맞춰야 하고 가방도 큼직한 거로 새로 사야되고 공책이며 자잘구레한 학..
2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11|2006-02-16
대화.
엄마! 나 이 다음에 커서 뭐할까? 심각하다. 묻는 질문하는 모습이... \" 뭐하고 싶은데?\" \" 응 그게 딱 집히는 게 없어?\" \" 너두 돈 많이 벌고 싶냐?\" 아들은 고개를 끄덕 끄덕한다. 엄마인 나는 아무말도 안했다. ..
2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78|2006-02-15
골목 브루스
\" 니가 그렸쟎어? 엊그제 니가 나한테 그 년 봤다고 했어 안혔어?\" 목소리도 허스키했다. 어떤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특색있는 목소리라고 심사평을 들을 만 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였다. 이사간 집은 얼결에 얻은 집이라 그 동네 분위기를 파악을 못했다. 이틀..
23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46|2006-02-15
봄마늘
마늘이 잘 드러누운 흙 담벼락에 햇빛이 지나간다. 마늘 한접도 아니고 몇 백개의 영혼이 수분이 되어 날아 오르는데 그냥 말리운다. 마른 꽃이 되었다. 홀랑 다 탄 불 꽃. 겨울이 끝나 간다. 봄이 기어오고 있다. 마른 마늘 영혼을 업고..
22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280|2006-02-14
이 곳에.....
지독히도 날 사랑한단다. 그래도 난 아니라고 했다. 당신은 당신의 대상을 찾았을 뿐이라고. 난 당신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이상형도 아니라고 했다. 무엇도 어떤것도 원한 적 없다고 했다. 잊으라고 했다. 그래야 만 당신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2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35|2006-02-14
자반 고등어
딸아이는 자반 고등어를 좋아한다. 특히 구운 자반 고등어를. 바다에 살아도 일부러 소금먹고 누워 있다가 나에게로 오면 난 일부러 딸아이에게 붉은 불에 아니면 푸른 가스불에 바다를 구워준다. 바다는 고등어다. 푸른파도가 등허리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2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25|2006-02-14
집
급하게 방을 구한다고 해도 볼 걸 다보고 잴 걸 다 재보고 그런다. 나처럼 느닷없이 아이 들쳐업고 ?겨난 주제에 뭘 고르고 말 걸 그런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할머니의 집에서 두 어달이 지나니 그제야 수세식이 아닌 재래식 화장실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니 ..
1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47|2006-02-13
너 공부 안하냐?
방학이 아니다. 방학 한 후 몇 칠 지나서 또 다시 보충수업한다고 얘들은 학교로 등교한다. 방과 후에도 학교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학원차가 늘비하다. 아들놈이 중학생인데 이 놈은 방학동안 빈둥거린다. 지 말로는 학원도 안간다고 하고 보충학습은 안받는다고 ..
1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3,133|2006-02-11
언니! 돈 좀 꿔 줘?
언니! 돈 좀 꿔 줘? 아침 댓 바람에 나의 사무실에 들른 직장 동료동생이 내 얼굴을 보자 마자 돈을 꿔 달란다. 없는 디... 진짜 없었다. 언니! 그러지말고 잘 생각혀 봐? 카드 결제 할 돈이 모질라서 그려.카드 막으면 한도 다시 살아나면 내 바로 ..
1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917|2006-02-10
너를 기억하다.
내 얼굴에 두 눈이 있으면 뭐하나 몇 백년 동안 살아도 내 안에 박힌 눈은 너 아니면 볼 수가 없었다. 수백개의 눈을 가졌다고 해도 만질 수 있어도 내 안에 박힌 별 빛은 거울같은 너에게 모두 향했다. 꼭 마주 보아야 만 나를 본다. 내 안에 있는..
1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18|200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