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아니다.
방학 한 후 몇 칠 지나서 또 다시 보충수업한다고 얘들은 학교로 등교한다.
방과 후에도 학교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학원차가 늘비하다.
아들놈이 중학생인데 이 놈은 방학동안 빈둥거린다.
지 말로는 학원도 안간다고 하고
보충학습은 안받는다고 수업료도 안냈다고 갈 필요가 없단다.
보충학습이 있는 방학이니 그런 방학 원한적 없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잘라 말했단다.
문제는 아들의 짝도 같이 안한다고 따라오고 집에가서는 보충학습을 거절했다고 말했는데
당장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단다. 누가 시켰냐고 말이다.
어이가 없는 담임이야 얼결에 아들놈을 애기했나 보다.
당장 짝을 바꿔 주던지 아니면 다시 강제라도 보충학습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한 주장을 하시더란다.
그런데 그 짝만 보충학습을 안 받는다고 한 게 아니라 아들을 포함 다섯명이 더 늘었다.
전체 반원이 열 여덞명에 다섯명이 보충학습을 안받겠다고 했으니 또 학교가 뒤집어진것이다. 난 그런것도 모르고 방학하면 그만이겠지 했다.
급한 자모의 전화를 받았다.
열일을 제치더라도 학부모회의에 꼭 참석하시란다.
앞 뒤모르는 맹추엄마인 나는 삼십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담임부터 다른 학부모들의 눈빛이 이상했다.
말이 밴뱅돌더니 결국 나의 말을 기다리는 눈치를 늦게 깨달았다.
여기가 도시라면 모를까. 시골 중학교인데 가뜩이나 교육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판에
우리 아들놈이 자신들의 아들까지 물들여 놓았다고 나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다.
우리 아들이 부추겼다는 애기인데. 갑자기 머리가 뜨거워진다.
통제를 해 달란다.
담임은 아예 애원 하신다. 아들만 보충수업을 안 받는다고 한다면 개인적인 문제로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패를 이뤄 수업거부를 한다면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설득 할려고 했더니 아들놈을 말하면서 아예 방학을 없애던지. 아니면 보충수업을 선택으로 돌리던지 하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얘들을 꼬셔놓았기에 일을 이지경까지 가게 했냐고 나보고 다그친다.
아들 덕에 난 유명한 정치인보다 더 치열한 청문회에 온 것 같았다.
교장선생님도 나를 쳐다본다.
하긴 소풍을 안간다고 소란을 피울 때부터 아들은 요주의 인물이 된 것이다.
개교이래 소풍거절하는 학생도 처음 있거니와 수업거부한다고 패를 이루게 한 것도 처음 일 것 이다.
난 조용히 말을 했다.
" 내가 낳은 아들은 분명히 맞는 데유... 도무지 이 놈 머리속은 뭐가 돌아다니는지 지도 알길이 없구먼유.. 대신 오늘 가서 우리아들만 수업 안나가도 된다고 내가 알려 줄 수는 있어유...... 워쩐대유? 부모로서 할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