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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브루스


BY 천정자 2006-02-15

" 니가  그렸쟎어? 엊그제  니가  나한테 그 년 봤다고  했어 안혔어?"

목소리도 허스키했다.

어떤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특색있는 목소리라고 심사평을 들을 만 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였다.

 

 이사간 집은  얼결에 얻은 집이라 그 동네 분위기를 파악을 못했다.

이틀지나 삼일지나 골목길에서 여자들 머리채 잡고 싸우는 골목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내가 재고 삼고하여 고려를 할텐데 이미 할머니가 계약금을 준 상태이니 도로 물리 수가 없었다.

 

 알고보니 서울 미아리에 있는 텍사스골목 같은 분위기가  열에 십중팔구였다.

술집이라고 제대로 간판을 달고 하면 그런대로 봐줄만도 하지만 여기는 그런데보다 더욱 감춰진 골목이었다.

 

그래선가 내가 얻은 방도  그렇게 오랫동안 비워진 이유를 알았다.

일반 가정에게 드러 내놓고 방을 세 준다는 것이 어려웠을 만큼  우리 방은 경계였고  담이었다.

 

바로 옆에 하천이 흘렀다.

그 동네 하수구는 몽땅  그 하천에 모집을 하여 흘러서 왔다.

정신이 없는 나는 그 하천이 있는 것도 한달이 넘어 본격적으로 냄새가 나고 그런 후에 알았다.

 

이상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이사와서 돈 주고도 못 볼  영화찍는 세트장에 이사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몇칠 관광차 왔다가  홀연히 떠난 다는 말없이 사라질 것 같은 관광객처럼.

 

주인 아줌마는 민망 했었나 보다.

우리집 앞이 싸우기도  좋고 얘들도 놀기 좋은 너른 골목이었다.

툭하면 싸움박질이니 이젠 어지간한 목소리가 들려도 대문만 쾅 닫고 돌아서는 것도 자연 스러웠다.

 

어벙벙한 나는  낮은  담위에 까치발로 세워 듣던 말은 모두 욕지거리였다.

 

생전 듣도 보던 못하던 욕을 들으니 저게 어는 나라 말일까...

그러다 몸싸움나면 누가 신고했나 호루라기소리도 하루에 몇 번씩 울렸다.

되레 저녁이면 조용한 동네였다.

 

그래서 난 저녁에 시장도 보고 아이를 업고 이곳 저곳을 힐긋 힐긋 거렸다.

얼마전에 살았던 할머니 집에 가보니 모두 집이 쓰러져 있었다.

한차례 미사일 공격을 받고 시끌 벅적하던 걸프전이나  그 동네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나 가나  어수선했다.

내 걸음으로 삼십분을 걸어 다시 우리집으로 들어 서는데

이젠 꼭 여기서 잘살아 얘들도 키우고 그래야 된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집집마다 불 빛이 창문으로 새어 나왔다.

같은 전깃불인데도 사연이 틀린 사연같은 불빛이 마구  골목에  내리쬐었다.

 

연탄 굴뚝들이 삐죽 삐죽 튀어 나와 있는 골목길을  난 그 생각하면서 지나쳤다.

그래 ...

할머니가 그러셨지...

나는 잘 살아야 한다고!

니는 잘 살아야 한데이 하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