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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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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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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자 2006-02-13

급하게 방을 구한다고 해도  볼 걸 다보고  잴 걸  다 재보고 그런다.

나처럼 느닷없이 아이 들쳐업고  ?겨난 주제에

뭘 고르고 말 걸 그런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할머니의 집에서 두 어달이 지나니

그제야 수세식이 아닌 재래식 화장실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니

옛날 부뚜막이 그대로 있는 부엌이라는 것을 알았다.

 

당장 봄이라도 지낼 요량으로  이것 저것 볼 것없이 따뜻한 방이면 족하다 했으니

집구조가  입식이니 구식이니 따질  여력이  없었고 눈 떠보니 정신이 난다고 하더니

꼭 그 짝이다.

 

그렇게 삼개월을 살았는데 이 할머니집을 포함하고 그 동네전체가 재개발 구역이란다.

그래서 주인 할머니가  그랬구나. 전기세 수도세만 내고 살아도 된다고 그랬구나 했다.

하긴 재개발한다고 하는 집을  수리하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근처집들도 빈 집이 많았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싫어도 좋아도 방을 알아보아야 했다.

난 딸아이를 들쳐 업고  기저귀 가방을 메고 걸어 근처 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비쌌다. 옛날 시집동네는 부잣집 동네였다. 길도 널찍 널찍하고  시장이 가까웠고  그럴듯한

정원도 끼고 있는 집도 모두 거기에 있었다.

 

내가 살 때는 몰랐다. 집도 그렇게 좋고 나쁨에 금 긋는  생각들이 퍼뜩 퍼뜩 파고 들었다.

아이가 등허리에서 매달렸다. 퍼대기를 몇 번 고쳐매고도  난 집을 구하지 못했다.

구하면서도 주인 할머니에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했다.

두고 두고 할머니를 위해서 덕같은 복을 빌어줄께요 했다.

 

재개발 구역에서 조금 빗겨난  외진 동네가 보였다.

이젠 저기만 가서 방있나 없나 물어보고 없으면 어떻케 하나  그렇게 터벅 터벅 걸어

무턱대고  들어선 입구 첫번째 집에 들어갔다.

혹시 이 근처에 방 나온거 있어요?

 

주인은 점심을 먹다말고 날 쳐다본다.

웬 얘엄마가  후줄근하니 느닷없이 들어온 얼굴을 한참 보았다.

민망하지도 않았다. 덥기도 하거니와 등에 업힌 딸아이는 지쳐 잠이 들어 자꾸 옆구리 쪽으로  머리가 쏠렸다.

 

" 세상에 이렇게 더분디 낮에 얘 익겄네 ...우선 마루에 얘 좀 누버놓고  좀 쉬어되겄네 잉"

" 고맙습니다."

 

난 두말 없이 아이를 내려놓고 그제야  점심이 지나도 한 참 지났다는 것을 알았다.

집 주인 아줌마는  냉장고에서 물통을 통째로 나에게 주었다.

벌컥 벌컥 마셨다. 아이얼굴을  조심스레 살펴보더니

" 땀띠 나겄다. 방 구한다고 애 잡겄네... 방은 한 칸 있는데 한 번 볼라우?"

" 여기예요?"

 

 나를 끌고  집 뒷마당을 보여줬다.

오랜전부터 집을 비워서  허술하게 보이지만  우선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훨씬 나았다. 화장실 겸 목욕탕이 같이 있는 수세식이었고  원룸처럼 주방이 딸린 방이었다.

내가  하루종일 고생했더니  마음에 드는 방을 만났는데 문제는 방세였다.

생각치 않게 방세가 쌌다. 주인아줌마가  다른말은 일단 접어두고라도  내 얼굴을 보니 비싸게 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난 깍아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는데  정말 고마웠다.

당장 이사와도 되냐고 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방 계약금도 없었다.

주인 아줌마는 전에 살았던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내 대답을 듣더니 우선 짐부터 옮겨 오란다.

짐이라고 해보았자 아이들 옷가지랑 내 옷 몇 벌이라고 했다.

그럼 오늘 우리집에서 아이들 놓고  시간 날 때  짐가져 오라고 한다.

방세는 천천히 마련이 되거들랑 달란다.

순식간에 벌어진 계약이다.

난  딸을 주인 아주머니에게  맡겨놓고 방청소를 했다.

한동안 사람이 안 살던 집이었으니 쥐도 살았었나 쥐똥이 구석 구석에 널려 있었다.

 

그렇게 후다닥 저녁이 되고

난 주인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 할머니! 할머니!  나 방 구했어요... "

난 목소리를 냈는데 할머니는  기차 지나가는 소리 듣는 것처럼 깜짝 놀라신다.

내 애기를 듣더니 우리집에 굳이 같이 오신단다.

짐을 같이 들고 가자고 하신다. 

난 그러자고 했다. 큰 아이 앞세우고 할머니와 뒷 서거니 앞서거니 그렇게 삼십분을 걸었다.

 

할머니가 함박 웃으신다.

주인 아줌마 손잡고 연신 웃으신다.

그러더니 입고 있는 치마를 제껴 올리시고

또 속치마를 헤집더니 복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신다.

손수건을 피니  돈이 있었다.

 

" 이거 방세여..."

주인 아줌마나 나나  얼이 나갔다.

"할머니  제가 천천히  돈이 되면 달라고 했는디유..."

주인 아줌마가  이렇게 말해도 그냥 막 손에 쥐어 주신다.

" 아녀!  나랑 같이 한 지붕에서 살았던 식구였는디.,,,,

집이 그렇게 철거 한다는데  별 수가 없었네.

내 손주 며느리 같어서 그려... 그냥 내 보내는 거 아녀?

여기서 잘 살고 있으면  갚는 겨..."

 

 할머니가 나를 보시고 연신 그러셨다.

니 잘살아야 나에게  돈 갚는 거여..

니 잘살아야  한다. 이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