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되면 아이들 키도 제법 커있고
학용품도 바꿔져야 하고 이것 저것 할 일이 많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학교 배정을 받은 날 나에게 주문을 했다.
교복도 맞춰야 하고
가방도 큼직한 거로 새로 사야되고
공책이며 자잘구레한 학용품도 준비해야된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나에게 요구를 했다.
겨울 방학이 길어
그런 거는 신학기 시작 할 무렵에 준비해도 된다고 했다.
문제는 교복값이었다.
몇 만원도 아닌 몇 십만원이나 가는 교복이
영 미심쩍었다.
학생들의 교복값이 왜 이리 비싸냐? 했더니
아들이 그런다.
신입생인데 삼년동안 입을 려면 튼튼해야 되고 뭐이 어떻고 저쩌구 하는데도
그래도 여전히 방학동안 비싸다고 말했다.
급기야 졸업하는 형들을 알아보라고 했다.
고등학생이 중학생 교복을 입을리 없을 테고 그럼 천상 물려 줄 것인데
그런 것 없냐고 중학교 교무실에 알아보라고 했다.
난리다. 창피하게 어떻게 신입생이 그런 걸 알아보냐고 길길히 뛴다.
내가 대신 알아봐 줄 까 했더니 그건 엄마 마음데로 하란다.
지 생각엔 아무리 비싸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인데
신입생을 헌 교복을 준비하라고 할 줄 몰랐다는 표정이다.
그것도 직접 알아보라고 했으니 지방 문을 쾅 닫아 버리고는 하루종일 두문불출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알아보았다.
때마침 졸업하는 중학생이 둘이 있었다.
난 잘됐다 싶어 두 학생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삼년 동안 입을 려면 이미 삼년을 입은 교복이니 번 갈아 입으면 잘 버틸 것이라고 했다.
안에 받쳐입는 셔츠까지 모두 받아 왔다.
처음엔 아들은 진짜 엄마가 그렇게 교복을 챙겨 올 줄은 몰랐던 얼굴이었다.
" 야! 이놈아 형들이 깨끗하게 입어 너한테 물려주어도 새 것보다 훨씬 낫다.!"
처음엔 미심쩍은 눈 빛으로 보더니 입어보고 하는말이
" 허리가 조금 커! 벨트나 사 줘?"
" 그거야 어렵지 않지..."
교복은 시작이었다.
가방이며 신발은 모두 시에서 주관하는 재활용쎈타에서 교환했다.
멀쩡한 신발도 작아서 못 신는 것들, 작아서 못 입는 옷. 그동안 빈 병 모아놓은 거, 폐지.
몽땅 차에 실어 가져갔다.
무게만큼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들놈 신학준비를 마쳤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들이 주방으로 오더니
내 얼굴을 요리저리 살핀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난 속으로 내심 걱정도 했다. 신학기인데 새거는 하나도 없고 모두 헌 것뿐이라고
따지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되나...
" 엄마! 내가 재활용센타여? 온통 다 재활용이 잖어?"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럴 줄 알았다. 미리 생각해 놓은 말이 없으니 입에서 숨만 뱅뱅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 야! 임마 교복이 너무 비싸니까... 그러니까..."
아들은 내 대답도 다 듣지 않고 휭하니 지 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일년 전이 됐다.
잘도 입고 다닌다. 교복도 잘 빨고..
하긴 지 교복이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