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다.
내가 오늘을 살았다는 거는 몇 번의 숨쉬기로 몇 번의 끼니로 몇 걸음 걸었다는 거다. 늘 지나가는 산이 지금 내 옆에 누워 있고 늘 날아 오르는 새가 간혹 앉아 있는 나무를 본다는 것이 이유다. 살아 있다는 이유는 늘 내 옆에서 살고 있는 ..
3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30|2006-03-02
베낀 詩
삼월에 눈 내리면 난 시간을 베낀다. 뭣같은 詩라고 해도 한 번은 씹어대며 눈 발 같은 차거운 발로 내딛는 시려옴. 어쩌다 이런 개 같은 세상에서 처음 눈 떠 처음 본 서쪽하늘의 붉은 해. 처음 날아 본 날개에 길이 없다.
3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34|2006-03-02
외상
마트라는 곳에 가면 계산할 때 현금 아니면 카드다. 혹시 고객카드가 있냐고 묻기도 한다. 난 없다고 한다. 진짜로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재래시장엔선 흔한 덤이라는 것이 없다. 몇그램까지 몇원으로 재어 버리는 계량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
3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161|2006-03-02
할 수 없이...
나와 비슷하게 결혼하고 아이도 둘이고 나이도 같다, 이 친구가 나만 보면 어떻게 해야 얘들 책을 읽게 하냐고 비법을 물어본다. 사실 울 아들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쓸만큼 책을 들고 다닌다. 내가 시킨다고 한 들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 자꾸 친구는 무슨 방법..
3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38|2006-02-28
그 남자는 웃었다.
보험영업을 오래 하다보니 벼라별 일을 만난다. 남자와 나이 차이는 열 세살차이라고 했다. 그렇게 차이나는데 부인이 더 늙어 보인다. 사람 얼굴보고 다니는데 거진 반은 돌팔이 관상쟁이 됐다. 여자의 눈빛만 봐도 오다가 무슨애기를 하고 집에선 무엇을 당했는..
3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25|2006-02-27
홍수.
뉴스에서도 홍수니 경보니 그런말도 없었다. 오늘의 날씨에서도 비가 많이 올 것이니 그런 말이 없었다. 이사를 와보니 그것도 한달후에 냄새가 나서 알았다. 바로 옆에 있는 하천을. 장마가 막 시작 될 무렵 파리와 모기의 천국이었다. 밤에는 황소개구리가 밤..
3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17|2006-02-25
딸기 밭에서
나에게 내 이름도 얘들 이름도 부르지 않고 욕으로 부르는 친구가 있다. 다짜 고짜 전화 빨리 안 받는다고 따지고 그래도 전화 받았는데 하면 무조건 빨리 오란다. 난 그러면 무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얼른 내 친구네 집에 간다. 욕 먹으러. 으이구! 이 썩을..
33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99|2006-02-23
겨울 갈대.
누가내 애길 들어 주냐고 얼굴 흔들며 사는 겨울 갈대가 솜털 다아 날려 보냈다. 바람길에 발없이 걸어 발자욱 남기지 못하는 길바닥 누가 내 애길 먼저 들어줄까. 귀가 먼 벙어리되어 겨울강 흐르는 소리에 멀대같이 키만 크다. 기인 강 옆 하늘..
32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74|2006-02-22
니 기억나냐?
니 기억나냐? 니가 내 생일이라고 명시집이라고 줬는데 생각 안나냐? 이친구 한 이십년 전 일을 나보고 기억하라고 강짜다. 학교를 남녀공학을 다닌 덕에 내 못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흔히말하는 남자친구들 디게 많다. 학교를 다닐 적엔 잘도 따돌림도 시키고..
3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685|2006-02-21
대출 받지 마십시오.
메일을 열어봐도 신통치 않다. 맨 돈 꿔가라는 광고 스팸이다. 이름도 헷갈린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라 혹시 친구인가 열어보면 고객님! 삼천만원 한도로 당첨 되었단다. 그래서 얼른 돈 꿔가라고 한다. 메일도 이런데 보험회사도 은행도 돈 못 꿔줘서..
3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71|2006-02-21
라면을 위하여!
영업을 하다보면 점심을 제대로 챙겨먹는 다는 것은 큰 일이다. 회식에 참석하다보면 대개 기름진 음식이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먹었다 하면 두시간 세시간 지나 곧바로 화장실에 직행이다. 그리곤 하루종일 아랫배가 뒤틀려 인상를 쓰고 있으니 나 때문에 회식메..
2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23|2006-02-20
길 위에서 버스가 가다.
아휴! 할아버지 그 걸 갖고 타시면 어떻게 해유? 한 이십키로 쯤 되는 마른고추를 실으니 버스안이 매움한게 재채기를 하고 그런다. 다음 정거장엔 할머니가 수탉을 보자기에 쌓아 머리만 삐죽 튀어나오게 하고 타니 운전기사가 단단히 잡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아침 ..
2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90|200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