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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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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위하여!


BY 천정자 2006-02-20

영업을 하다보면 점심을 제대로 챙겨먹는 다는 것은 큰 일이다.

회식에 참석하다보면 대개 기름진 음식이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먹었다 하면 두시간 세시간 지나 곧바로 화장실에 직행이다.

그리곤 하루종일 아랫배가 뒤틀려 인상를 쓰고 있으니

나 때문에 회식메뉴가 변경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런 것도 다른이에게 불편한 상황이니 자주 모임에 빠지고

궁여지책으로 면이나 칼국수정도로 간단하게 해치웠는데...

 

나와 똑같은 직원이 셋이 더 있었다.

동지만난 기분이었다.

셋 모두 작당을 하여 사무실 화장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을 몰래 해 왔는데.

한 직원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라면을 먹든 밥을 먹든 기도는 심각하게 길었다

각자 기도하고 먹자고 해도 이 직원은 같이 먹는 거니 자기가 대표기도를 한단다.

나와 또 다른 직원은 그러려니 했는데.

 

라면은 기도시간을 지나 먹다보니 퉁퉁분다.

양도 많아 보이고 맛이 제 맛도 아니고 그랬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니 나도 또다른 직원도 꾀를 내어 대표기도를 할 때부터

기도를 시작하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한다.

주님! 이 라면을 먹고 건강하게 해주시고 온가족이 뭐이 어쩌고 저쩌고...

 

한 쪽 버너에선 라면이 끓고

그 앞에선 기도소리가 나고

 

내가 보기엔 기도는 아직 안 끝난것 같은데  라면은 다 익어 먹을 때가 되었건만

도무지 그 기도는 아멘 소리가 나지 않고...

 

난  할 수없이 라면을 먹으면서 아멘! 아멘! 했다.

이 친구 눈도 안뜨고 기도 하니 우리야 별 수가 없다.

 

그 때 이후로

도시락을 싸오라고 했는데..

각자 싸온 것이니 각자 알아서 묵상하자고 했다.

 

그나저나 그 기도덕분인지 그 라면 디게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