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기억나냐?
니가 내 생일이라고 명시집이라고 줬는데 생각 안나냐?
이 친구 한 이십년 전 일을 나보고 기억하라고 강짜다.
학교를 남녀공학을 다닌 덕에
내 못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흔히 말하는 남자친구들 디게 많다.
학교를 다닐 적엔 잘도 따돌림도 시키고 짝도 안해주고 그러더니
세월이 지나니 아름 아름 날 찾아온다.
어찌 된 일 인지 내 소시적은 내가 잘 기억을 못하고
친구들은 잘도 꼬집어 나에게 설명하니 그러면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곤 했는데.
이 친군 내가 시집을 줬다고 지금도 자기가 갖고 있다고 하니
나도 참 기특하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 생일선물로 준 게 詩집이 지금 생각해도 내가 기특하고
그 친구 아직도 그 시집을 간직하고 있다는게 고마웠다.
그 친구 직업도 소설가다.
나 보고 이젠 글 좀 쓰라고 재촉도 하는데
이거 체질상 어디 응모하는 것도 영 맞지 않고, 신춘이니 뭐니에도 별 관심이 없으니
내 멋대로 일기쓰다가 잠들고 말면 그 뿐이라고 했다.
여전하다고 한다.
하도 엉뚱한 짓을 잘하여 어디로 오늘은 튀나 고민하지도 않고 살 사람이라고 나보고 그런다. 성질 부리면 더욱 웃긴단다. 성질 났다고 이젠 부터 말 안한다고 하면서 내동 줄줄히 애기만 잘하더니 지금도 그러냐고 하는데, 듣고보니 그 성질 다 죽은 것 같이 죽은 듯이 사는게 제일로 편하다고 했다.
이물도 없단다. 언제든지 건드려도 헤헤대고 웃다가도 또 삐졌다고
소리지르던 그 모습이 그대로 있단다.
내가 이렇게 내 어릴적 애기를 남에게 들으면 난 이상해진다.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더 잘아는 사람인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도무지 지금 나는 누군지 감감하다.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늙어간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