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영업을 오래 하다보니 벼라별 일을 만난다.
남자와 나이 차이는 열 세살차이라고 했다.
그렇게 차이나는데 부인이 더 늙어 보인다.
사람 얼굴보고 다니는데 거진 반은 돌팔이 관상쟁이 됐다.
여자의 눈빛만 봐도 오다가 무슨애기를 하고
집에선 무엇을 당했는지 ...
내가 나를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소위 말하는 神기라는 것과 하등의 관계도 없는데 말이다.
보험을 들지 말라고 그렇게 했는데도 이 여자가 보험 들어서
자기 보는 눈 앞에서 해약 할려고 한단다.
보아하니 농사를 짓는데, 그것도 같이 부부가 하우스농사를 짓는 것 같았다.
여자는 두손을 꼭 마주잡고 말도 못하고 눈만 불안한지 자꾸 나를 눈치본다.
가까이 보니 나보다 더 어린 나이 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언니라고 부를 만큼 너무 얼굴이 지쳐 있었다.
가입내역을 보니 여자의 암보험과 남편의 건강보험이었다.
해약을 한다고 작심하고 오긴 오셨는데 싸우느라 미처 신분증을 못 챙겨 왔나 보다.
오래되어 네 귀퉁이가 닳은 지갑을 탈탈 털어도 도장은 있는데 신분증은 없다.
남자는 우긴다. 신분증 없어도 이사람이 돈 낸 거 맞다고 빨리 해약 해 달라고 조르고 있다.
이 여자가 정신이 없어서도 아니고 일부러 신분증을 버리고 온 것인 줄도 모르다고 설명도 한다.
이런 일을 많이 겪다보니 그저 하시는 말씀을 들어 줄 수 밖에 없다.
해약은 엔터키만 한 번 누르면 간단 하지만 , 그 여자의 사는 애기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 보였다. 남자는 옆에 부인이 앉아 있던 말던 관계없이 남편을 무시해서 넣지말라고 그렇게 했는데도 돈갖다주고 쪼매 있으면 우리는 망할 거라고 숨도 쉬지 않고 연신 여자흉을 본다.
나도 여자인데 그 남자부인도 분명히 여자인데 ...
결국 신분증이 없어 해약을 미루고 집으로 부부는 돌아갔다.
남자의 성격 같아선 그날이라도 찾아서 또 올 것 같더니, 한달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오지랖이 넓은 나는 연락을 할까 말까 고려중이었는데.
전화 한통이 왔다.
그 남자였다. 지금 병원인데 병나면 돈주는 것 맞냐고 다짜고짜 따진다.
순간적으로 그 여자의 불안한 얼굴이 스쳤다.
당연하죠! 그거 드린다고 약속한건데 신분증 찾았나요?
오십이 넘도록 어린 아내에게 보험을 넣는다고 타박을 했는데, 그것을 물어보는 염치가 따로 없었나 보다. 어렵게 전화했단다.
그 여자가 입원한 병원에 달려갔다.
다행히 수술도 잘됐고 치료만 잘 받으면 조만간 퇴원도 할 수 있단다.
그 여자는 얼굴이 편해 보였다.
이런 일을 한 번 당 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오히려 남자의 얼굴이 불안해 보인다. 시키지도 않은 말을 괜히 한다.
내가 이 여편네땜에 십년감수했다고, 생전 안타 본 일일구에 같이 타고 오는디
마누라가 꼭 죽은 사람 모양처럼 얼굴이 새파랗게 되가지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나에게 한 얘기 또 하고 또 한다.
근디유 그 때 그 보험 아직 해약 안?瑩侈?...
남자는 재차 확인한다. 병원에서 말을 들었나 보다. 아프면 보험회사에서 돈 준다고 누가 찬찬히 설명 하더란다.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편하다. 얼굴빛이.
환자가 되어 남자의 옆에 누워서 나를 본다.
저기유! 내 신분증이 안갖고 온줄 알았는디..
집에 가보니께 내 바지 주머니에 있더구만유..
애들 아빠는 당장 도로 가자고 하는디..
시골이라 버스도 바로 안오고 일이 바쁘다보니께 해약하러
바로 못갔어유...
해약 못해가서 미안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남자는 말도 못하고 내 눈치만 살피고...
괜찮아요. 그런일이 디게 많아요...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보험금 수령할려면 필요한 서류도 있는데. 꼭 신분증은 챙겨야 되요? 알았죠?
고마워유...고맙습니다...
남편은 내 손을 잡고 흔든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저기요,,,, 부인이 돈을 벌어 놓은게 아니고 사랑을 벌어 놓았네요.
퇴원하면 그 사랑 열심히 쓰세요. 아낌없이.
여자가 그제야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남자는 웃었다. 그 여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