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라는 곳에 가면 계산할 때 현금 아니면 카드다.
혹시 고객카드가 있냐고 묻기도 한다.
난 없다고 한다.
진짜로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가면 재래시장엔선 흔한 덤이라는 것이 없다.
몇그램까지 몇원으로 재어 버리는 계량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정이 잘 안간다.
비록 깎지는 않지만 덤으로 더 주는 손길이 있는 재래시장에 자꾸 가게 된다.
얼굴 익힌 주인아줌마와 오랫동안 나눈 대화 사이에
벌써 그아이가 이렇게 컸네라는 안부도 묻는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나에겐
아주 귀한 삶의 장터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없으면 말지 하는 내 생활에 외상은 절대 안한다.
오랫동안 생선 아저씨와 잘 알고 지낸 덕분에 나만 지나 가면 돈 없어도 그냥 준다고
자꾸 권유하였지만 내 체질에 가져가고 난 후 그 외상값을 까먹으니 갚을 길이 멀다고 했다.
그래도 가져가라고 해서 만원어치 가져왔는데,
육개월이 다 되도록 생선아저씨나 나나 둘다 잊어 버린 것이다.
나중에 기억나니 그제서야 돈을 줄려니 주인이 바뀌었단다.
다행히도 그 아저씨의 동생이 새 주인이라는데.
돈 만원을 주니 외상장부에 적혀 있지 않았다고 형한테 뭐라고 애기해야 알겠냐고
도로 묻는다.
생선아저씨 외상 장부에 내이름이 없다는 애기를 듣고
나도 뭐라고 알려줘야 하나 막막하다.
그냥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간 아줌마라고 해야되나..
아니면 만원만 외상한 여자라고 해야 되나..
아뭏튼 그 이후로 외상은 나하고 상관 없었다.
그런데 아예 갚지 못한 나물값이 문제다.
사거리 모퉁이에서 급하게 버스 온다고 멍하니 신호등 바뀌나 안 바뀌나 쳐다 보고
있는데, 보리뱅이니, 냉이, 씀바귀를 못 단 판 것을 불쑥 내 앞에 들이 밀어 대는 할머니때문에 난 버스를 놓쳤다.
그 때 내 수중에 천원짜리 딱 한장만 있고,
그 할머니는 다음 장날에 그 자리에 있을 테니 이천원만 달란다.
얼결에 받아든 나물 보따리에 난 외상을 하고 만 것이다.
어이구 이를 어쩌나.
생선 값도 잊어버려 육개월 지나 줬는데.
할머니는 잊어 버리지 말아야지 꼭 다짐했는데.
이게 잊지 않는다고 다짐하면 할 수록 꽁꽁 숨어버린다.
진짜 할머니가 장날에 나왔을 까 싶어 그 자리에 가 보았지만 .
다른 할머니가 않아 계시고.
잊기 전에 줘야 할텐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