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 옆에 서서
정작 나무크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내가 어떻게 키가 크는 줄 모른 것 처럼. 그럼에도 늘 나무옆엔 바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늦은 가을에 철드는 것처럼 배웠다. 나는 철이드는 계절을 모르는데. 특히 비오면서 부는 바람은 큰 나..
14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87|2006-09-17
왼쪽 귀가 근질거리면
왼쪽 귀가 근질거리면 누군가가 나를 흉보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하긴 살면서 매일 좋은 말만 듣고 살 수도 없고 나도 남을 흉보면서 하루를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오늘은 괜히 면봉으로 왼쪽귀를 살살 귺어본다. 누가 내 말..
14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983|2006-09-09
나는 세금 내기 싫다.
내가 이놈의 세금만 아니면 돈 벌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도 월급명세서를 보면 무슨 사글세 내보내는 것처럼 의료보혐에 국민연금에 갑근세니 근로자세니 명목도 다 외우기 힘들다. 그래도 난 지출항목이 조금은 적다. 우선은 아들놈 중학교 수업..
14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904|2006-09-02
조기성교육
무슨 어부를 저렇게 잡아가냐? 누가 물고기 잡으라고? 바다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렸는데도 굼뜬 나는 이제야 친구집에서 처음 접하고 한 말이다. 친구가 배꼽잡고 웃는다. 한동안 피씨도 방송도 책도 안 보고 살면 이렇게 된다. 그래도 사는데는 별로 심심하지가 않다...
14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97|2006-08-27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아..
솔직히 나이 먹는게 두렵다. 나보다도 울 아들 나보다도 키가 크는 것도 불안하다. 왜냐하면 남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아줌마들이 아들을 낳지 않는다면 아들만 가는 군대는 존재 하지 못한다. 어제도 그제도 군에가서 총 맞아 죽었네. 군대 병원에서 수술..
143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094|2006-08-16
백수 계획표
우선은 심호흡 좀 하고 그 동안 못하고 다닌 일들을 촘촘히 생각 해보았다. 쇼핑이라든가, 여행이라든가, 못 가본 것 만 빼고, 시시한 나부랭이들을 죄다 열거 해 본다. 첫번째는 잠 좀 널브러지게 자다가 남편이 밥 먹어 하면 밥 먹고 또 자고. 저녁이면 별떴다! ..
142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238|2006-07-31
아들 데리고..
벼루고 별렀나 보다. 방학하고 늘 도시락을 지참하고 혼자 도서관가는 아들은 이젠 엄마차타고 간다고 좋아라 했다. 차안에서 아직 못 읽은 책을 들여다보고, 룰루 랄라다. 방학인데 다른 애들은 보충학습을 한다고 하는데, 자기는 당연히 묻지도 않더란다. 학습지도..
14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106|2006-07-29
내가 그대를 사랑 하는 것처..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처럼 지금 멀리서 바람이 불어 와 내 뺨을 어루만지고 있지요. 굳이 입으로 말하지 못하여 서운하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랬지요. 당신은 나에게 말 걸듯이 향기처럼 바람으로 내 곁에 늘 있고 싶어 했지요. 비록 ..
14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96|2006-07-16
머리가 좋은 여자라구?
속상하다. 내내 회의하면서 디맆다 박치기만 안했지 욕만빼고 직격탄을 들어 부었다. 남자 사장들에게... 아니 남자들에게.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이 머리가 좋다라는 말이다. 사실은 이말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기분이 드럽다. 그러니까..
13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77|2006-07-14
\" 급합니다. 빨리 성형수..
에구 ... 내가 아줌마닷컴에 글 넣을 일 없으면 이런 광고문구를 볼 일이 없다. 언젠가는 멀쩡한 여자얼굴을 누굴 닮게 해달라고 마트에서 배달주문 하는 거와 별다를 게 없이 성형도 맞춤 주문 인가보다. 눈 사이가 행간이 조금 넓다고 간격을 좁혀주는 그림이 나오..
13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956|2006-07-12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태풍이 온다고 방송국은 난리가 났다고 특보를 낸다. 여기 저기에서 아우성이다. 어디는 잠기고, 어디는 휩쓸려가고 어디는 떠나가고 그렇다고 잘 붙들어 매라고 난리다. 늘 우리는 태풍에 시달리면서 이번 만큼은 용케 잘 피하여 잘 살자고 한다. 바람은 그런 거는..
13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071|2006-07-11
일회용 詩
이백원을 자판기에 톡톡 집어 넣으면 커피색 詩가 흘러 나온다. 하얀 몸뚱이에 둘러싸여 고인 물처럼 변한 것. 난 매번 그 詩를 읽으러 간다. 일회용 눈빛으로 나도 일회용으로 늙음을 안다. 지구는 자판기다.
13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00|200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