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귀가 근질거리면
누군가가 나를 흉보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하긴 살면서
매일 좋은 말만 듣고 살 수도 없고
나도 남을 흉보면서
하루를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오늘은 괜히 면봉으로 왼쪽귀를 살살 귺어본다.
누가 내 말하는 줄 모르지만
이왕이면
오른쪽 귀도 살살 긁어주는 말도 해 주었으면 바램도 사실은 있다.
구월이 가을이라고 했던가.
어떤 시인은 바람타고 날아 온 새의 깃털같은 가벼운 가을이라고 했는데.
내 보기엔
아직도 나팔꽃도 능소화도 한 창인 여름자락이다.
무척 높아진 하늘 만큼이나
나도 눈 언저리에 얹혀진 산 능선따라 구부러지는 날.
이런 날 왼쪽귀가 가려운 것은
아마도 바람이 날 흉보는 것일 거다.
아직도 여름이니?
그런데 이렇게 쓸쓸한 미소는
가을에만 어울릴 것 같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