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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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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귀가 근질거리면


BY 천정자 2006-09-09

왼쪽 귀가 근질거리면

누군가가 나를 흉보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하긴 살면서

매일 좋은 말만 듣고 살 수도 없고

나도 남을 흉보면서

하루를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오늘은 괜히 면봉으로 왼쪽귀를 살살 귺어본다.

누가 내 말하는 줄 모르지만

이왕이면

오른쪽 귀도 살살 긁어주는 말도 해 주었으면 바램도 사실은 있다.

 

구월이 가을이라고 했던가.

어떤 시인은  바람타고 날아 온 새의 깃털같은 가벼운 가을이라고 했는데.

 

내 보기엔

아직도 나팔꽃도 능소화도 한 창인 여름자락이다.

무척 높아진 하늘 만큼이나

나도 눈 언저리에 얹혀진 산 능선따라 구부러지는  날.

 

이런 날 왼쪽귀가  가려운 것은

아마도 바람이 날 흉보는 것일 거다.

 

아직도 여름이니?

 

그런데 이렇게 쓸쓸한 미소는

가을에만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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