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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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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데리고..


BY 천정자 2006-07-29

벼루고 별렀나 보다.

방학하고 늘 도시락을 지참하고 혼자 도서관가는 아들은

이젠 엄마차타고 간다고 좋아라 했다.

 

차안에서 아직 못 읽은 책을 들여다보고, 룰루 랄라다.

방학인데 다른 애들은  보충학습을 한다고 하는데, 자기는 당연히 묻지도 않더란다.

학습지도 해야 되는데, 선생님이 면제라고 권하지도 않더란다.

 

성적표가 우편으로 날아왔다.

여전히 수학은 맡아놓은 꼴등이고, 과학은  상위권이고, 나도 고개를 갸웃 갸웃 할 뿐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다.

 

영어도 이상하게 상위권이다.

중학교 들어 갈 무렵까지 알파벳을 모르고 간 아이다.

물론 학원은 자기가 안간다고 우기고, 그러더니 지금은 잘 읽고 쓴다.

신통한 놈이다.

에미 과외비는 굳게 했으니 나에겐 큰 효자다.

 

자기는 아무래도 만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단다.

왜냐고 물으니, 자다가도, 꿈에서도 만화가 왔다 갔다 한단다.

그러고는 책값 좀 달란다. 무슨 책값이냐고 물으니 만화책값이란다.

난 피식 웃었다. 왜냐하면 나 어릴 적 엄마지갑 몰래 열어 십원짜리, 오원짜리 탁탁 털어서 만화를 보던 나 아니던가? 거기에 교회가서 내라는 헌금 몽땅 만화책방에 갖다 준 난데.

이젠 대를 이어 만화책값 달라는 아들보니 그냥 웃음이 삐질 삐질 나온다.

 

요즘은 무슨 만화가 젤로 재밌냐? 하니 일본만화도 괜찮고, 원피스며, 또 뭐라고 했는데 모두 시리즈물이라 돈이 많이 들어간단다.그건 그럴거다. 컴퓨터에 게임에 학원에 시달리며, 돈 모자라다고 서로 아우성인데, 울 아들 만화책값 조금 들어간다고 걸리적 거릴게 없다.

 

 한달 용돈에  만화책값 더 얹어주니 횡재한 얼굴이다.

그러더니 도선관 가잔다. 도서관에서 다운 받아 만화책보면 만화책값 굳는다나...

이거 나보다 더 한 수 위다.

 

이래저레 나도 오랜만에 피씨 앞에 앉아 조용히 헤드폰으로 음악듣고 아컴에 글을 쓴다.

울 아들 내 옆 피씨에서 열심히 만화를 보고 있다. 아마 자기 애기하는 걸 모를 거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