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참으로 무심하게도 결혼한지 스무해가 더 넘도록 남편한테 보약이라고 명한 약 한번 안해주었어요. 들은대로 밥이 보약이다 해서 그런줄 알았거든요. 우리집 식구 넷은 여태 보약이 어떻게 생긴지 몰라서 까스명수나 쌍화탕을 줘도 보약인줄 알겝니다. 얼마전 친구와 만..
178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303|2006-06-05
사연 하나
올해로 성년을 맞은 작은 딸도 투표권이 생겨서 이번 선거에는 우리 집에서도 꽉 찬 네 표를 행사 하게 되었다. 투표 장소가 집에서 가까운 작은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였다. 아침을 먹고 네 식구가 투표장으로 향했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 2학년 이고, 큰 아이가 ..
177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53|2006-06-05
극락이 따로 있나 예가 극락..
연두의 싱그러움을 채 맛보지도 못했는데계절은 이미 푸름을 덮고 있다. 작년 이맘때는 나날이 다른 색의 물감으로 마음속의 도화지를 색칠하던 산사의 온유함을 마음껏 누렸던 곳을,이제야두고 온 보물찾기 하러 가는 마음으로 나선 그 곳 숲속 샘터는 얼마전 내린 비로 ..
176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65|2006-06-05
오후 3시
서예교실은 우리집과 동네 시장 중간 쯤에 있다. 서예시간이 끝나면 으레히 시장을 들렀다 가는 나에게 회장님은 인사처럼 묻는다. \'오늘은 시장 안 들러요?\" 수업 시간에도 틈만나면 바깥을 흘겨본다. 바람은 춤을 추고 햇볕은 손뼉을 치는 듯함을 느끼는지 ..
175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50|2006-05-16
성년의 날에
어린이 날,어버이 날에 이어 스승의 날인데 옆집 꼬맹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지 들락날락 분주하다. 아빠만 허락한다면 사흘 연휴련만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가는지 신나는 발자국 소리가 계단을 밟아댄다. 스승에 대한 보답의 날이기 보다 휴교령이 내린 것이 더 좋..
174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45|2006-05-15
너를 만나러 가던 날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라일락이살며시배웅하여 주었다. 종점에서 탄 버스는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 내가 타자 바로 출발하여 주었다. 내 마음이 급한줄 알았나 보다. 6시에 기차를 탔다는 네가아침이 고플 것 같아서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전에 김밥 두 줄을 ..
173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85|2006-05-04
욕심
언제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기면 붓을 잡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는 있었다. 깊은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도 좋겠고 잠깐이나마 붓과 접해본 시간의 기억이 늘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 들었다. 동사무소 ..
172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14|2006-05-01
내겐 아직 먼 문화생활
연극 티켓이 두 장 생겼다며 같이 가잔다. 몸만 나오면 된다는 말에 약속을 했다. 요즘 연극계가 초대권 남발로 재정이 바닥이라는데 내가 그에 일조를 하는 격이지만 사실,공짜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사람 몇 있을까. 솔직히 나는 공짜든 아니든 연극을 관..
171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70|2006-04-29
그래,,너라도 잘 자라거라
주말 아침 일찍 관리실에서 안내 방송을 했다. 예고된 행사인데 우리만 모르고 있었는지 아파트 각 통로 입구 화단에 묘목심기를 하니 관리실에서 묘목을 받아 가라는 것이었다. 주변 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나무 심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살구와 대추의 유실수와 목..
17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47|2006-04-27
새싹
날아갈 듯 여린 숨결 흙이불 덮어 씌워놓고 눈 뜨면 기지개 키겠지 반짝이는 네 눈빛 기다리다 저문 몇 밤 시린 발 끝을 감싸안는 소심한 엄살을 비웃듯이 간밤의 천둥 번개를 헤치고 방긋 미소 짓는 여린 입술아 툭툭물 타작에 혹시 아프지 않았을..
16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442|2006-04-19
어떤 하루
해마다 4월 즈음이면 남편의 30년 지기들의 정기 모임이 있다. 진해,부산,포항,영주,대전,오산,평택,삼척,동해,서울 그야말로 팔도강산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원 참석하는 의리 깊은 모임이다. 모임에 총무직을 맡은 남편은 무늬만 총무이지..
168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392|2006-04-17
월급 날
오늘은 남편의 월급날이다. 매월 10일이면 날짜도 어기지 않고,아니 10일이 토요일이거나 일요일이면 미리 앞당겨서까지 챙겨받는 월급날이다. 셋방살이 할 때 같이 세 살던 셋방 동기가 그랬었다. 월급날도 한 달에 한 번,방 세 주는 날도 한 달에 한 번인데 월급..
167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52|200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