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빛깔
아들 녀석이 6학년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생활조사표를 가져왔다. 간단한 가족 상황과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기본 사항을 적는 것이었는데 그 중에 이런 항목이 있었다. 가장 기뻤던 일과 가장 슬펐던 일 한가지 씩 적기. 아들은 가장 기뻤던 일을 가족과..
26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061|2005-04-01
자원 낭비 유감
내내 미루었던 봄맞이 대청소를 새 학년에 올라간 아이의 책상 정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늘 걸레를 손에 들고 살았건만 구석구석 들어낸 틈마다 쌓여있는 먼지가 시간의 켜를 느끼게 한다. 아직 손때묻은 아이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물건들을 정리하..
25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19|2005-04-01
명절을 보내고
뿌리는 서로 엉길 때 그 진가가 확인되는 법 새해 새 출발을 위한 준비과정은 복잡하고 힘들어도가족이 모두 모여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고 살을 부대끼는 온정 속에진득하게 묻어나는 어떤 확신 같은 것, 바로 핏줄만이 만들어내는 그림이다. 작년까진 명절이나 제사나 ..
24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40|2005-04-01
겨울 이야기 2
낮게 가라앉은 하늘을 등에 업고 산에 올랐다가 눈발을 만났다. 그 순간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지만 혼자서 새기는 감상 또한 남다른 묘미다.쌓이지는 못해도 흩날리는 눈송이를 두 손벌려 받으며깊은 잠에 빠졌던 추억의 세포를 깨워 본다.바람에 사선으로 달려드는 눈송이 하나 하..
23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58|2005-04-01
겨울 이야기 1
살을 에이는 바람이 겨울임을 실감하게 한다. 굳이 물기 고였던 곳에 하얗게 언 얼음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웅크린 어깨와 주머니를 찾아 꼭꼭 숨은 손이 말없이 겨울을 대변해 준다. 후미진 골목마다 허연 김이 솟아오르는 포장마차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고..
22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36|2005-04-01
겨울 실감
급한 볼일이 없는 한 오르는 집 뒤 백양산.매일 흔하게 눈에 밟히던 청솔모들이매서워진 날씨 탓인지 눈에띌 기미가 없다. 사람마다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가예민한 들짐승들에겐 세상을 읽어내는 또 다른 방법이었을 터,분명 내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늘 그 시간이면소나무 ..
21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69|2005-04-01
말 보시 - 새해를 맞으며
새해를 맞으며 -말 보시(布施) 또 한해의 뜨거운 불덩이가 솟아올랐다. 시간을 동강내어 시작과 끝을 만들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건 사람뿐이다. 잠시 일상의 족쇄를 잘라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다로, 산으로 몰려들지만 정작 자신의 염원을 담기도 전에 많은..
20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82|2005-04-01
뒷모습 단상
늦은 밤길, 가뜩이나 밤눈 어두운 사람은 종종거리는 걸음보다 마음이 바쁘다. 쌀쌀한 바람을 버티느라 한껏 움츠린 고개도 모자라 어깨엔 뻐근하도록 힘이 들어간다. 눈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결같이 앙상한 겨울나무를 보는 듯 까칠해 보인다. 신호등을 앞에 두고 잠시..
19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62|2005-04-01
크리스마스에 부쳐-중년에게 ..
우연한순간의일이어떤사람에게는평생따라다니며삶을지배하는한상징처럼되어버리는일도있다.교회당하나없는,그야말로유교정신이꼿꼿한작은마을에크리스마스가무슨해당사항있었을까.선생님이말씀하시기를일년내내거짓말한번도안하고착한일많이한아이에게만선물주신다기에바가지머리를한순진한시골떼기는으례거짓말도웬만큼..
18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340|2005-04-01
지하철 안에서
'사람은 태어날 때 자신의 입성은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다'고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는데 오늘 지하철 안에서 그 말을 곰곰이 곱씹게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뭐랄까, 따스하지만 염려스러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가끔씩 하는 외출이다 보니 여러 가지 볼일을 한꺼..
17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413|2005-04-01
끝자락 단상
12월의 첫날이다.열한 달의 부피를 홀가분하게 덜어낸 달력이 그러나, 미처 이루지 못한 많은 사연들의 무게로 힘겹게 걸려 있다. 찢어진 달력의 휑한 초라함이 초겨울의 바람인 듯 스산한 기분을 몰고 온다.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았노라 자부하면서도 늘 이 시점이 ..
16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049|2005-04-01
겨울의 문턱에서
바람이 분다. 제법 쌀쌀하다. 포도 위를 뒹구는 노란 은행잎이 겨울을 등에 지고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살 속을 파고드는 찬바람 때문인지 괜시리 마음이 바빠진다. 요즘을 사는 우리들은 계절이 바뀌어도 겉으론 딱히 변하는 게 없다. 문명의 이기가 우리에게 합리..
15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355|200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