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말 보시(布施)
또 한해의 뜨거운 불덩이가 솟아올랐다.
시간을 동강내어 시작과 끝을 만들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건 사람뿐이다.
잠시 일상의 족쇄를 잘라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바다로, 산으로 몰려들지만 정작 자신의 염원을 담기도 전에 많은 발자국들에 밀리고 밟히는 수난을 당한다.
그럼에도 달콤한 잠에의 유혹을 떨쳐가며 일출을 보기 위한 인파 속에
자신의 몸을 밀어 넣음은, 용트림하며 치솟는 불덩이를 보면서
아직은 자신의 내면에 남아 있는 순결한 영토를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그 순간만큼은 태양을 배경으로 자유를 비행하는 새들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자유로운 자리 하나가 들어앉고
온전한 자신만의 영토에 미래의 꿈과 희망을 눈부시게 그려 넣는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가슴에 새기는 많은 약속과 다짐들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건강이라는 필수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에 왕도가 따로 있겠는가.
오직 건강을 위한 수칙을 엄격하게 정해놓고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만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남을 대함에 있어서도 예의 바르고 인격적으로 대한다.
옛 말에 말 보시(布施)라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역설한 말이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못해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진 못해도
말을 건넴에 있어서는 얼마든지 따뜻하게 베풀고 살 수 있음을 이른
선조 님들의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게으른 사람보다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보다도, 성실하지 못한 사람보다도,
책임감이 없는 사람보다도,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나쁜 사람은 입을 조심하지 않는
사람이다. 인생을 참답게 사는 비결은 바로 자기 자신의 혀를 조심하며 사는 것이다.>
어떤 장사꾼이 '인생을 참답게 사는 비결'을 사라고 외쳤더니
순식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해주었다는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함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말을 가려서 하는 일이다.
자신은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지만 상대방에겐 가시가 되어 박힐 수도 있다.
기실 세상을 살다보면 상처를 입히는 상대가 다름 아닌 자신의 말과 행동일 때가 있다.
자신이 내뱉은 말로 스스로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 또한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겨울의 시린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
친구와의 약속에 종종걸음 치며 걷다가 저만치 앞에서 뛰어오는 친구의 입에서
하얀 입김과 함께 터져 나오는 "많이 춥지? 우리, 빨리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자."
하는 한마디 말은 얼마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가.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힘내세요." 라고 던지는
단 한마디의 위로가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처음 붕어빵 장사를 시작해 자꾸만 옆이 터지는 빵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먹으며
"맛있는데요." 라고 싱긋 웃어주었을 때 느낄 아주머니의 고마움은 어떠할지,
아마 그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진 않으실까.
눈도 둘이고 귀도 둘이면서 입은 하나인 까닭은
눈으로는 자세히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며,
귀로는 많이 듣고 지혜를 쌓을 것이며,
그 대신 말은 가려서 적게 하라는 의미임을 우리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내뱉는 말이 진실하면 속마음 또한 진실할 터,
말은 곧 자기 창조의 또 다른 표현이므로 참되고 아름다운 말을 골라 쓰되
말을 함에 있어 진중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시작된 올해의 긴 시간여행.
우리들 마음에 잔잔한 바다 하나 철썩이면 좋겠다.
그래서 바다의 그 한없이 끌어안는 너그러움과 한결같음이 저마다의 생활 속에
날마다 파도로 넘쳐나 매일매일 따뜻한 인정을 나누는 우리들이었으면 좋겠다.